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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후계자’ 부담과 싸워온 매킬로이, 우즈처럼 메이저 석권[헬로 마스터스]

“11년 간 짐 지고 다녀, 우승 순간 든 감정은 안도감”

15·17번 두 번째 샷 뒤 걸어나가는 모습, 우즈 연상

“그랜드슬램 황홀, 아이 태어난 날과 비교는 어려워”

로리 매킬로이(왼쪽)가 14일(한국 시간) 제89회 마스터스 우승 뒤 전년도 우승자 스코티 셰플러가 입혀주는 그린재킷을 걸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취리히 클래식에서 우승한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는 대회 부대행사를 위해 마련된 콘서트 텐트에 들어가 노래 한 곡을 뽑았다. 미국 록밴드 저니의 ‘돈 스톱 빌리빙(Don’t Stop Believin’)’.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될 거야. 너 자신을 믿어’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투어를 지배하던 시기였다. 스포트라이트 밖으로 밀린 매킬로이가 부른 ‘너 자신을 믿어’라는 가사는 그래서 더 의미심장했다.

매킬로이는 일찌감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후계자로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스물다섯이던 2014년에 이미 메이저 대회 4승째를 올렸다. 시즌 최고 선수를 가리는 투어 챔피언십을 세 번이나 우승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는 그보다 훨씬 컸다.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늘리면 스윙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걱정과 비판이 나왔고 테니스 선수인 여자친구를 응원하러 가면 골프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쓴소리가 쏟아졌다. 챔피언조로 나서고도 우승까지 연결하지 못하면 여지없이 뒷심 부족, 약한 멘탈 얘기가 나왔다.

매킬로이는 그럴 때마다 적극적으로 해명하거나 아니면 빠르게 사과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우승으로 사람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그런 그에게 마스터스는 아픔이었다. 2009년에 처음 나갔고 이후 4등도 하고 5등도 하고 2022년에는 준우승도 했다. 못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높이는 4대 메이저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맞춰져 있었으니 못한 것처럼 보였다.

14일(한국 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마침내 마스터스 첫 우승으로 그랜드슬램의 퍼즐을 맞춘 매킬로이는 “(4대 메이저 석권에 마스터스 우승만 남긴) 2014년부터 11년 동안 짐을 지고 다녔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잭 니클라우스(미국)나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 우즈처럼 매킬로이도 곧 마스터스를 우승할 거라는 얘기를 늘 들었는데 그게 내게는 정말 무거운 짐이었어요. 그런 어려움들과 쓰라린 패배가 항상 있었지만 그저 자신을 믿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마음먹고 코스에 나갔죠.”

이날 4라운드 경기도 그동안 겪어온 날들처럼 쉽지 않았다. 스스로도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할 정도로 기회와 위기가 번갈아 휘몰아친 하루였다. “그린이 어찌나 단단하고 빠르던지요. 하지만 1번(파4)과 13번 홀(파5) 더블 보기를 딛고 일어났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티샷이 계속 오른쪽으로 밀려 위기를 자초했지만 기막힌 트러블 샷으로 우승으로 가는 길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15번 홀(파5) 두 번째 샷에 절묘한 드로(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는 구질)를 구사한 뒤, 17번 홀(파4) 두 번째 샷 뒤에 매킬로이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곧바로 앞으로 걸어나갔다. 과거 우즈가 마스터스를 지배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부상 탓에 대회에 불참한 우즈는 트위터에 “그랜드슬램 클럽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 오거스타에서 그랜드슬램 완성은 특별한 일이다. 부단한 노력 끝에 역사의 일부가 된 것을 축하한다”고 적었다.

우승 확정 뒤 TV 중계진은 매킬로이의 꼬마 시절 모습을 내보냈다. 키 만한 골프채로 야무지게 스윙하는 모습 역시 우즈의 어린 시절과 닮았다.

우승과 함께 그린에 엎드렸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냐는 물음에 매킬로이는 “안도감”이라고 했다. “단순히 기쁨은 아니었고 확실히 안도감이었다”고 했다. 인생에서 몇 번째로 자랑스러운 순간이냐는 질문에는 “저 높은 곳에 랭크되겠지만 결혼하던 날, 아이를 얻었을 때와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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