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 첫 공식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판 시작 직후 변호인과 귓속말을 나누다 재판장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의 공소사실 중 '케이블 타이', '끄집어내라' 등 내용이 언급되자 고개를 젓고 미간을 찡그리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14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첫 공판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 진행 중 여러 차례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와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재판 진행을 시작한 직후에도 윤 변호사와 대화를 나누자 지 부장판사는 "피고인? 피고인?"이라고 부르면서 윤 전 대통령의 주의를 환기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중 답답한 듯 고개를 젓거나 미간을 찡그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 중 특전사 국회 진입·계엄 해제 의결 방해 시도를 낭독하면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지시를 하달받아 1공수여단은 국회, 3공수여단은 선관위와 과천 선거연수원, 9공수여단은 선관위 과천 여론조사 꽃에 출동을 지시했다"며 "소총과 케이블 타이 등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를 듣던 윤 전 대통령은 약간 위쪽을 바라보면서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또 검찰이 "윤 대통령이 곽 전 사령관에게 '아직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의사당 안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언급하는 부분에서도 눈 감고 공소사실을 듣던 윤 전 대통령은 미간을 찡그리는 모습을 보였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총 42분간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직접 밝혀 눈길을 끌었다. 윤 전 대통령은 "몇 시간 만에 비폭력적으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즉각 수용해 해제한 사건"이라며 "조서를 거의 공소장에 박아 넣은 것 같은 이런 걸 내란으로 구성한 자체가 참 법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징후 등이 없었는데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 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계엄군·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했으며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체포·구금하려 한 정황이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26일 현직 대통령 최초로 구속 기소 됐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열흘 만에 자연인 신분으로 형사 재판에 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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