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찾은 부산 강서구 소재 티엑스알로보틱스(484810) 로봇융합연구소에서는 다음달 고객사에 인수 될 자율주행로봇(AMR)의 주행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로봇은 사선 방향으로 부드럽게 우회전해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 대각선은 물론 전 방향 이동이 가능한 이 로봇의 정밀한 성능을 구현한 것은 2011년 티엑스알로보틱스가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매카넘 휠이다. 게다가 로봇은 3㎜ 이내로 정확한 도킹이 가능해 공장 내 좁은 통로에서도 다른 물체를 피해 능수능란하게 이동할 수 있다. 엄인섭 대표는 “다른 회사의 AMR은 대각선으로 부드럽게 움직이지 못하고 비효율적으로 방향 전환을 한다”이라며 “자사 제품을 활용한 물류 작업 시간은 타사 제품 대비 70%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티엑스알로보틱스는 이러한 로봇의 정밀한 경쟁력을 살려 AMR과 로봇팔을 결합한 이동식 협동로봇의 일종인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로 국내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기존 협동로봇은 움직일 수 없는 탓에 한정된 범위 내에서 부품을 옮길 수 있는 반면 모바일 매뉴플레이터는 부품을 집고 근처의 다른 라인으로 직접 이동해 옮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로봇은 직원의 생산 공정상 겪는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데다 사람이 일하기 어려운 야간 작업도 대신 할 수 있어 산업계 화두인 무인 공장을 실현할 수 있는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 대기업 고객사의 경우 티엑스알로보틱스 제품을 도입한 후 공장 가동률이 70%에서 95%로 크게 개선됐다.
엄 대표는 티엑스알로보틱스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 고객 맞춤형으로 로봇을 공급하는 전문성을 들었다. 그는 “고객사 업종은 반도체, 2차전지, 제약, 가구 등 다양하고 기업 규모도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다 있다”면서 “제조 공정이 천차만별인 각 공장에 맞는 로봇 솔루션을 고객사에 종합적으로 제안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점이 경쟁사와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퍼시스는 티엑스알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 솔루션을 통해 가구 제작 및 조립 자동화 공정을 도입했다.
티엑스알로보틱스는 올해부터 제품 포트폴리오를 서비스 로봇으로 확대했다. 이 분야에선 후발 주자인 만큼 해외 선도 업체와 손잡고 기업간거래(B2B)용 서비스 로봇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소방 로봇은 중국 궈싱즈넝과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으며 산업용 청소 로봇의 경우 중국 푸두로보틱스가 만든 ‘슬릭T7’을 선보였다. 청소 로봇을 도입한 빌딩은 3명의 청소부를 대체할 시 4년 기준 약 1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엄 대표는 “로봇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해외 판매를 확대하는 등 장기적인 사업 전략을 통해 향후 글로벌 로보틱스 시장에서 20위 안에 드는 업체로 도약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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