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조기 대선을 50일 앞두고 국민의힘 일각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당의 대선 후보로 차출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한 대행을 향해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대선 출마를 요청했다. 국민의힘에서 친윤계 의원 20여 명을 중심으로 한 대행 지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 대행이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해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에 나설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총리실 관계자는 “한 대행은 통상·민생 현안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한 대행은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한 대행의 침묵에도 출마론이 거론되는 것은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집권 후 경제·민생 정책의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겪는 바람에 지지율 하락을 자초했다. 이를 간과한 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때리기에만 집착하면서 외부 인사를 차출해 인위적으로 대선 후보로 만들려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 원칙뿐 아니라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먼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실패와 계엄 사태를 반성하고 쇄신하는 자세부터 보여야 한다. 한 대행도 일부 정치인들의 정략에 휘둘리지 말고 행정부 수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한 대행은 글로벌 관세 전쟁 속에서 경제·안보 위기를 넘기고 조기 대선을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관리해야 하는 책무를 지니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상호관세 시행을 90일간 유예하기로 한 만큼 남은 기간에 한미 양국의 ‘윈윈 패키지 딜’을 마련하고 협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한 대행이 대선판으로 뛰어들어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가 들어선다면 무역 전쟁 파고에 대처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국정 공백을 초래하게 된다. 마침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거론되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보수 대통령 연속 탄핵에 대한 반성을 강조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대행도 조속히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 국정 혼란이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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