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항암제가 듣지 않는 전이암 환자에서 부작용 걱정 없이 치료 효과를 개선할 수 있는 단서를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박기청 연세대의대 외과학교실 교수와 김석모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전이암 세포 속 '서카'(SERCA) 단백질을 차단해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장질환 부작용도 줄일 수 있는 신물질을 개발,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원발암에서 멀리 떨어진 장기로 전이가 일어난 암세포는 기존 항암제에 저항성을 갖기 쉽다. 선행연구를 통해 전이암에서 SERCA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면 항암 치료 효과가 올라간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신약 개발의 화두로 떠오른 적이 있으나 심장 질환 부작용이 치명적 한계로 지적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SERCA 단백질에 따라 달리 접근하는 전략을 세웠다. SERCA 단백질은 SERCA 1·2·3 세 가지 아형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SERCA 2는 심장 근육의 이완과 수축 기능을 담당한다. 기존에 개발된 SERCA 단백질 억제제는 아형 구분 없이 SERCA 단백질 자체를 억제하기 때문에 심장 질환 부작용을 피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미국 보스톤 소재 신약개발 기업인 CKP테라퓨틱스와 함께 SERCA 2는 제외하고 항암제 내성에 영향을 끼치는 SERCA 1만 선택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2가지 신물질을 개발했다. 이후 기존 표준항암제로 치료를 받다가 전이된 암환자의 조직에서 저항성을 보이는 전이 암세포를 분리하고 그 중 SERCA 1 단백질이 증가한 부분을 활용해 마우스 모델을 만들었다.
동물실험 결과에 따르면 기존 표준항암제인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과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를 투여했을 때는 항암 효과가 없었지만, 신물질을 기존 항암제와 함께 투여했을 때는 암세포의 성장이 유의미하게 억제됐다. 특히 심장 관련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심장 관련 부작용을 추가로 확인하기 위해 정상 마우스에 기존 SERCA 저해제인 탑시가르긴과 두 신물질을 각각 투여하고 비교했다. 그 결과 탑시가르긴 투여군의 개체 30%가 사망했으나 신물질 투여군에서는 사망 개체가 없었다. 연구팀은 “신물질이 SERCA 1의 기능만을 선택적으로 저해하고 SERCA 2의 기능은 그대로 남겨둬 심장 관련 부작용을 없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김석모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 항암제에 내성을 가진 전이암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심장 질환 부작용까지 잡을 수 있는 약제를 개발했다"며 “신물질로 국내외 특허를 확보하고, 임상 연구 등 신약 개발을 위한 후속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영국 약학저널'(British Journal of Pharmacology)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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