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여파로 자기자본 비율 관리가 까다로워지면서 신한은행이 기업대출 숨고르기에 나섰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달 기업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일선 영업점에 전달했다. 20억 원이 넘는 대출은 본사와 협의 후 대출을 승인하라는 것이 뼈대다. 1월과 2월에는 300억 원이 넘는 대출에 대해서만 본사와 협의를 하도록 했는데 관리 수위를 바짝 높인 것이다. 해당 조치는 3월 한 달간 한시 시행됐으며 이달 들어 다시 정상화됐다.
신한은행은 영업점 지원금이 바닥을 보이면서 한시적으로 기업대출 관리를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통상 영업점은 기업대출을 내줄 때 본점에서 일부를 지원받는다. 이를 통해 거래 기업에 금리 혜택을 주는 형태다. 분기별로 지원 한도가 있는데 1분기에 할당한 몫이 조기에 소진되면서 분기 말인 3월 들어 대출을 조였다는 게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금융계에서는 환율 급등에 금융사의 자본비율 관리가 어려워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1400원대를 뚫은 후 치솟던 원·달러 환율은 9일 1500원 선까지 다가서면서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00원 오르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0.1~0.3%포인트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환율 인상분을 상쇄하기 위해 금융사가 기업대출 같은 위험자산을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3월 말 825조 2093억 원으로 전달 대비 2조 4937억 원이나 줄었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통상 연초에는 한해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각 은행이 대출 쟁탈전을 벌인다”면서 “올해는 고환율 여파로 대출 자산을 과감하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정상혁 행장의 의지로 기업영업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올해는 고환율 여파로 대출자산을 과감하게 늘리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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