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들어오는 대형 컨테이너선의 선적 예약이 최근 한 주간 6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둘러싼 혼란이 커지자 관련 기업들이 수입 주문 중단에 나서는 양상이다.
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이 컨테이너 선적 추적 프로그램인 ‘비전’의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최근 1주일(4월 1~8일) 수입 컨테이너선 예약 건수가 직전 주(3월 24~31일) 대비 64% 급감했다. 많은 업체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물가 인상을 우려하며 재고 축적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2일 60여 개국을 상대로 상호관세 방침을 발표하자 수입 주문을 보류한 것이다. 관세율이 예상을 웃도는 데다 관련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은 만큼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로이터는 “업계는 관세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사실상 무역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실제 주요 기업 사이에서 제품 주문을 취소하는 곳들이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에서 생산된 스쿠터·에어컨 등의 제품 주문을 취소했다. 아마존은 취소를 요청하면서 관세 이슈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번 관세정책과 무관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중국의 제조 시설에 의존했던 많은 미국 기업들도 생산 주문을 취소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에 대한 관세가 급등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중국 공장에 주문한 것들이 취소되고 있다”며 “미국의 대중 관세가 유지될 경우 중국에서 미국으로 보내지는 선적량이 절반 이상 줄어들 수 있다는 추정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한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소비자물가 인상과 함께 기업들의 수익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WSJ에 따르면 올해 초 중국 생산 공장들은 미국 고객사들에 관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생산 단가를 인하했다. 하지만 대중 관세가 125%까지 높아진 탓에 더 이상의 가격 할인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결국 미국 수입 업체들이 높아진 관세 부담을 짊어지게 되고 최종적으로 미국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미국 소매 기업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월마트는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철회했다. 당초 이번 분기의 이익 성장률을 0.5 ~2.0%로 제시했지만 관세정책의 혼란이 크다며 새로운 이익 전망은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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