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증권신고서 심사와 관련해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구애받지 않고 신고서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투자자 및 이해관계자들의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신고서에 기재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두산로보틱스(454910) 합병 때와 기준이 같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8월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인적분할 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만든 뒤 합병하려고 할 때 “횟수에 제한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요구를 하겠다”고 발언했다. 이후 두산로보틱스는 같은 해 11월까지 수차례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다 결국 12월 합병을 철회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향후 유상증자 신고서 심사 과정이 더 힘들어 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 원장은 방산·조선 등 핵심 산업군의 대규모 유상증자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시장과 주주들의 평가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소수 주주들은 대기업의 의사결정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합병·물적 분할·유상증자·상장폐지 등 자본 거래에서 소액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짓밟혀왔기 때문”이라며 “한화 측에서 진정성 있게 주주들과 소통하신다면 설득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증권신고서가 새로이 접수됐으므로 엄격한 심사 원칙을 견지하되 자금 조달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는 자산운용업계의 상장지수펀드(ETF) 과열 경쟁 양상에 대해 재차 경고 메시지를 냈다. 그는 “대형사간 외형 확대를 위한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기본 업무인 펀드가격(NAV) 오류가 반복됐다”며 “노이즈 마케팅 등에만 집중하고 본연의 책무를 등한시하는 운용사에 대해서는 펀드시장 신뢰보호를 위해 펀드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을 재표결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헌법이 명확히 정한 재의 절차를 미루는 것은 내로남불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이 위헌이면 상법 미표결도 위헌”이라며 “민주당 이를 외면하신다면 1500만 투자자를 외면한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서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에 대한 검사·조사 과정에서) 유의미한 사실 관계가 확인됐다”며 “검찰과 증권선물위원회와 소통하려고 준비 중이다. 절차에 따른 조치를 4월 중에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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