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유니버스 서비스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가 해외 숙소입니다. 올해 말이면 아웃바운드 해외 숙소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돌파하고 3년 내에는 글로벌 플랫폼을 제치고 1등이 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누구나 마음 편히 놀 수 있게 한다’는 비전 아래 놀유니버스가 여행·문화·여가 산업 전반에서 ‘넘버원’을 넘어 ‘온리원’이 될 것입니다.”
글로벌 여행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야놀자가 국내 여행플랫폼(OTA) 시장에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분사한 야놀자 플랫폼이 기존 야놀자가 보유했던 인터파크·트리플과 합병해 ‘놀유니버스’를 출범했다. 이달 중에는 서비스 이름도 전면 개편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야놀자(yanolja)’가 새로운 브랜드 ‘놀(NOL)’로 바뀐다. 8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배보찬(사진) 놀유니버스 공동대표는 이번 변화를 기점으로 놀유니버스가 국내 OTA 시장에서 압도적 강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놀유니버스는 숙박 예약 시장 국내 1위 야놀자 플랫폼과 비행기 표 및 공연 티켓 1위 인터파크, 글로벌 여행 상품에 강점이 있는 트리플 세 곳이 합쳐진 국내 최대 OTA다. 조직 통합을 완료하고 예전에 비해 더욱 기민하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배 대표는 “야놀자는 숙박·레저 쪽의 강자이고 인터파크는 항공권을 포함한 해외여행 및 문화 공연에서, 트리플은 글로벌 관광 시장에 특화돼 있다”며 “각 플랫폼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시너지를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술적 통합 측면에서 인터파크의 시스템 선진화에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다. 배 대표는 “인터파크는 렌터카부터 공연장 운영, 정부 기관 사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며 “이 중 다소 과거 방식이었던 티켓 예약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통합 후 정비를 마친 놀유니버스가 최우선으로 공략하려는 영역은 해외 숙소 예약 시장이다. 한국 관광객들이 해외여행을 떠날 때 아고다·부킹닷컴 등 글로벌 플랫폼이 아니라 놀유니버스 서비스를 사용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현재 내부 데이터를 살펴보면 해외 숙소 분야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서비스를 본격 시작한 지 약 1년 만에 뚜렷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3년 내에는 글로벌 선두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해외 숙소 예약에서 야놀자가 글로벌 플랫폼들과 차별화된 부분은 그동안 쌓아온 고객 데이터다. 배 대표는 “글로벌 OTA가 해외 숙소 예약 시 항공권을 추가 추천하는 데 그친다면 우리는 고객 개인별로 최적화된 숙소를 선택할 수 있게 도와준다”며 “글로벌 OTA는 특정 국가에 ‘로컬라이즈(현지화)’되기 힘들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의 강점이 더 빛을 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숙소와 함께 놀유니버스가 공들이고 있는 분야는 단체 관광 패키지 시장이다. 배 대표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기존 해외 패키지 여행 업체들의 견제 속에서 하이브리드 상품을 구현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는 “패키지 상품의 저렴한 가격과 개인 여행의 자유로움을 접목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고객별 선호 일정만 묶은 패키지를 만들 수 있다”며 “플랫폼이 고객과 여행 상품 판매자 사이에서 서비스를 조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패키지 여행 사업을 위해 놀유니버스의 모기업 야놀자가 최근 모두투어 주식을 추가로 인수해 지분율을 5.26%로 늘리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야놀자가 모두투어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배 대표는 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 “우리가 바라보는 방식은 전통적인 패키지 여행사들과는 다르다”며 “기본적으로는 자유여행에서 겪을 수 있는 한계를 기술로 해결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키지 시장과 관련해 배 대표는 향후 OTA를 기반으로 여행 가이드 서비스가 크게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패키지 시장에서 여행 가이드는 핵심적인 상품이지만 고객들이 선택할 수는 없다. 그런데 OTA 안으로 패키지 상품이 들어오면 여행 후기가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시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아웃바운드로 유럽 패키지 여행을 갔다가 가이드를 잘못 만나 여행을 망쳤다는 후기가 많다”며 “OTA는 기본적으로 클라우드 시스템에 고객 평가가 남기 때문에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낳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OTA 입장에서 가이드 시스템을 선진화하기 위해 원격 가이드와 같은 새로운 방식을 시도할 수도 있다. 배 대표는 “24시간 필요할 때 호출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원격 가이드가 여행할 때 옆에 붙어 있는 가이드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며 “우리가 그리는 하이브리드 패키지 상품에 이러한 기술적 혁신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놀유니버스는 자체적으로는 물론 모기업 야놀자에서 인공지능(AI)을 통해 기술적 강점도 구축하고 있다. AI는 고객에게 어떤 가격을 제시했을 때 예약이 이뤄지는지 파악하는데 사람보다 뛰어나다. 이러한 가격 결정 정책은 놀유니버스 판매 시스템에 적용 중이다. 배 대표는 “고객별로 최적화된 가격을 제시해 계약을 성사시키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측면에서 AI가 강점이 있다”며 “이를 패키지와 숙소 외 다른 여행 상품에 접목시켜 ‘다이내믹 패키징’ ‘다이믹 오퍼링’으로 진화시켜 나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고도화된 AI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고객은 물론 상품을 공급하는 호텔 등 시설 운영 업체의 사용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배 대표는 “AI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호텔의 2주 뒤 디럭스룸 점유율이 얼마나 될지와 같은 세부 사항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된다”며 “글로벌 OTA 중에서도 이렇게 깊이 있게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는 곳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아고다와 트립닷컴 등 국내시장에 진출한 해외 OTA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배 대표는 “해외 플랫폼들이 적극적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한국의 여행 시장이 그만큼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위기이지만 역설적으로 지금이 기회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트립닷컴과 같은 중국 플랫폼들이 최근 국내에서 거액을 들여 프로모션을 하는 등 공격적으로 볼륨을 키우고 있다”며 “우리는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 우위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립닷컴이 최근 국내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분야는 항공권 시장이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항공여객판매대금 정산제도(BSP) 기준 항공권 발권 시장에서 트립닷컴이 4위에 올라서는 이변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배 대표는 가격 할인율에 따라 변동성이 심한 항공권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경계를 놓지 않았다. 그는 “항공권 시장은 가격이 중요하기 때문에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단기간에 순위를 높일 수 있다”며 “다만 글로벌 OTA들은 자본력 자체가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향후 국내시장에서 어떤 마케팅을 할지는 계속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타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고객과의 ‘소통’이다. 여행 플랫폼 사업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느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 대표는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돈이 부족하고 시간이 모자라도 최대한 가성비 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고객을 돕는 것”이라며 “‘누구나 마음 편히 놀 수 있게’라는 우리의 미션을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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