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9일 “현 상황에서는 대선 동시투표 개헌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개헌 논의를 대선 이후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앞서 우 의장은 6월 3일 21대 대통령 선거 당일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도 동시에 시행하자고 제안했으나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강한 반발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지명 등으로 정국이 요동치자 사흘 만에 입장을 철회했다.
우 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회의장의 제안에 선행됐던 국회 원내 각 정당 지도부와 공감대에 변수가 발생했다”며 “현재로서는 제기된 우려를 충분히 수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우 의장이 6일 개헌을 제안한 뒤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는 민주당 일각의 반발과 한 권한대행의 이완규 법제처장 등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으로 다시 정국이 불안정해지자 개헌 주장을 결국 접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비상계엄 단죄에 당력을 모아온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등이 정국 수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개헌이 국회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이라면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선 동시 개헌을 제안한 것은, 지난 30년 동안 반복한 개헌 시도와 무산의 공회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특히 우 의장은 일각에서 권력 구조 개헌 주장을 ‘내각제 개헌’으로 몰아붙이며 공격이 쏟아진 데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어떤 이유로 의장의 개헌 제안이 내각제 개헌으로 규정됐는지는 알 수 없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합리적이고 진지한 토론을 위축시키고 봉쇄하는 선동”이라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한편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우 의장이 ‘대선·개헌 동시투표’ 제안을 철회한 것에 대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국민 앞에 약속한 공약마저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우직하게 개헌을 추진하던 국회의장조차도 버텨내지 못하는 모습은 이 전 대표 뜻에 반하는 의견에 대해선 당내 논의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일인 독재 정당, 민주당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