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 이슈로 글로벌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괴리율이 급증한 국내 상장지수펀드(ETF)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괴리율이 높을 경우 실제 펀드의 가치와는 다른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5.57% 폭락한 7일(기준일) 괴리율 초과 발생 공시 건수는 25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 들어 하루 공시 최대 건수다. 지난달 하루 평균(10.4건)에 비교하면 약 25배 폭등한 수준이다. ETF 괴리율은 순자산가치(iNAV) 대비 시장가격의 차이를 의미한다. 괴리율이 양수면 ETF가 제 가격보다 비싸게, 음수면 싸게 거래될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 투자 ETF의 괴리율은 ±1%, 해외 투자 ETF는 ±2%가 넘을 경우 자산운용사는 이를 공시해야 한다.
괴리율 공시가 폭증한 것은 글로벌 증시 변동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ETF는 상품별로 순자산가치와 거래 가격을 연동시키기 위해 증권사 유동성공급자(LP)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LP들은 미국 주가지수 선물의 동향을 반영해 호가를 제시하는데 전날 전 세계 증시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호가를 촘촘히 제출하지 못한 탓에 괴리율이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도 큰 하락세를 보인 기술주에 투자하는 파생형 ETF 상품에서 괴리율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TIGER 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 ETF’의 괴리율이 14.13%로 가장 높았고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합성)(10.52%)’ ‘PLUS 미국테크TOP10레버리지(9.6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 현실화로 시간외거래에서 미국 기술주가 7%대 급락하고 나스닥100 선물 등이 4% 넘게 하락한 여파다. ‘TIGER 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합성)’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합성)’의 최근 일주일 수익률은 각각 -25.17%, -16.66%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투자 상품의 경우 전일 지수 등락률과 실시간 선물 등락률, 환 움직임에 따라 LP 호가가 제출되는데 미국 선물 급락으로 변동성이 커졌다”며 “특히 시간외거래에서 미 선물과 빅테크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순자산가치와 시장가격 사이 차이가 더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괴리율이 높아질수록 적정 가격을 벗어난 가격에 상품 매매가 이뤄지는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주식시장은 국내시장과 시간대가 다른 만큼 실제 자산 가격을 반영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예상치를 뛰어넘는 급등락으로 변동성이 커질 경우 괴리율이 크게 벌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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