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개가 넘는 대포통장을 개설해 보이스피싱(전화 금융 사기) 조직에 유통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유령 법인을 대거 설립해 대포통장을 만들어낸 이들은 조직적인 수법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8일 대포통장 유통 총책 A(35) 씨를 비롯한 조직원 9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유령 법인 45개를 설립하고 그 명의의 대포통장 213개를 보이스피싱과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집단에 제공한 혐의(범죄단체조직·활동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를 받는다. 이들이 공급한 대포통장으로 104명이 43억 원 상당의 사기 피해를 입었다. 범죄 수익은 약 2억 5000만 원에 달한다. 조직 구성원은 나이가 29세부터 35세까지인 2030세대 청년들로 파악됐다.
이번 범행에는 치밀하고 체계적인 수법이 동원됐다. 조직원들은 총책→모집책→내근·현장 실장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텔레그램으로 소통하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총책 등은 이보다 앞서 기존 대포통장 유통 집단에 명의자로 가담해 운영 방식과 유통망을 벤치마킹했다. 새로운 조직을 결성한 뒤에는 보안을 위해 대포통장 명의자에게 가명을 사용하도록 하는 한편 그중 일부를 현장 실장으로 승진시켜 규모를 키웠다.
합수단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각 단계별로 점조직화되면서 역할에 따라 전문화된 일부가 독립해 새로운 형태로 확산하고 있다”면서 “대포통장 유통에 엄정 대응하고 범죄 수익은 끝까지 환수해 범행 동기를 원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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