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벤처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가 폐섬유증(IPF) 치료제 임상 2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숨은 조력자로 벤처캐피털(VC)들이 주목받고 있다.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한 VC들의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브릿지바이오가 그동안 불확실성을 견디고 신약 개발에 속도를 높여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벤처 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에 투자한 SV인베스트먼트(289080), KB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터먼트 등 VC들은 조만간 발표될 브릿지바이오의 신약 개발 성과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해당 VC들은 3년 전 자산운용사들과 함께 약 49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이달 중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의 임상 2상 톱라인(주요 지표) 데이터를 확보한다. 이후 하반기 중에는 이번 임상에 대한 최종 결과보고서가 발표될 전망이다. 톱라인 데이터가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해외 빅파마를 대상으로 한 기술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브릿지바이오가 개발 중인 폐섬유증 치료제 '리소포스파티딘산(LPA)'의 생산을 줄여 항염증과 항경화증 효과를 나타내는 저분자 화합물이다. 현재까지 승인된 약물이 제한적인 난치성 질환인 특발성 폐섬유증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브릿지바이오의 성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운 VC로는 SV인베스트먼트가 꼽힌다. SV인베스트먼트는 2015년 브릿지바이오의 설립 초기부터 협력하며,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첫 투자를 집행한 시기는 브릿지바이오 설립 2년 차인 2016년으로, 20억 원을 투자했다. 이어 2017년에도 30억 원을 추가로 베팅하며 돈독한 신뢰를 쌓았다. SV인베스트먼트는 2019년 브릿지바이오가 코스닥 상장한 이후 총 170억 원의 자금을 회수해 240%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또 SV인베스트먼트는 2022년 브릿지바이오가 진행한 49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총 130억 원을 투자했으며, 당시 투자에 참여한 VC들 중 가장 큰 규모다. 설립 초기부터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등 경영진들과 맺어온 신뢰 관계가 바탕이 돼, 임상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SV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0년여 동안 신약 개발의 긴 여정을 함께한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브릿지바이오가 글로벌 기술 수출을 노릴 수 있는 단계까지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특히 당시 브릿지바이오는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한 최대 1조 4600억 원 규모의 신약 기술수출 계약이 안전성 문제 등으로 해지된 직후였다. SV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브릿지바이오가 부족한 점을 보완해 임상에 재도전한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믿음을 거두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브릿지바이오 투자에 참여한 박대훈 SV인베스트먼트 수석팀장은 "이정규 대표의 경영 능력을 믿었고, 해당 임상 데이터를 봤을 때 재도전 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면서 "특히 다른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로 거론되는 것들 중 매커니즘(원리)이 가장 명확하고 독성에 대한 우려도 가장 가장 낮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VC들은 향후 브릿지바이오이 임상 2상 결과가 발표된 이후 투자금 회수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브릿지바이오가 해외 기술 수출에 성공할 경우, VC들의 역할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판단에서다. 임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투자 원금의 최소 50% 이상의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VC들은 해당 자금을 활용, 신규 펀드 조성을 진행해 또 다른 바이오 벤처 육성을 위한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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