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 확산을 막기 위해 고강도 제제에 나서면서 이란 화폐인 리알화의 가치도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현지 외환시장에서 1달러가 104만3000리알 수준에 거래됐다. 2015년 이란과 미국 등 서방의 이란핵합의(JCPOA)가 타결됐을 때 달러당 3만2000리알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통화가치가 33분의 1토막 난 셈이다. 통화가치가 한 나라의 경제 체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을 고려하면 이란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달러 대비 리알 환율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가 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對)이란 경제 제재를 되살린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현 이란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서방과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난 극복을 내세워 당선됐을 때는 58만4000리알이었고, 같은 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확정 지은 직후에는 70만3000리알이 됐다.
올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제재를 부과하는 이른바 '최대 압박' 정책을 되살리며 환율 변동 폭은 더욱 커졌다. 지난달 환율은 달러당 92만리알 수준까지 올랐고, 이에 이란 의회(마즐리스)는 경제난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물으며 압돌나세르 헴마티 재무장관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핵 협상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란은 간접 대화가 가능하다며 여지를 두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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