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기대감과 함께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선고기일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던 소상공인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대통령 관저·사저가 각각 있는 한남동과 서초동 주민들은 또다시 집회에 시달릴까 봐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와 광화문 인근 직장인들은 당일 퇴근길에 흥분한 양측 지지자들이 폭도로 돌변할 가능성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선고 당일 헌재 반경 150m 이내를 ‘진공상태’로 만들고 가용한 경찰력을 모두 동원하기로 했다.
2일 서울 종로구 헌재 주변은 삼엄한 경비 속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인근 상인들은 선고기일이 드디어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간만에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헌재 인근 골목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박 모(26) 씨는 “선고 날까지 펜스가 설치된다는 소식을 듣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싶었는데 드디어 날짜가 나왔다”고 말했다. 안국역 주변 한 베이커리에서 일하는 방 모(25) 씨 역시 “선고가 끝나면 경찰도 철수하고 통행금지도 풀릴 테니까 매출도 늘지 않겠느냐”며 기대 섞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한남동 주민들은 1월 윤 대통령 체포 당시의 소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남초 3학년생 손녀를 둔 60대 여성 박 모 씨는 “올겨울 집회가 한창이던 때 한남동을 떠나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그때는 방학이라서 괜찮았는데 지금은 학기 중이라 아이가 다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탄핵 인용 시 윤 대통령이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돌아와 ‘사저 정치’를 펼칠 수 있다는 관측에 주민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아크로비스타 지하상가 한 상인은 “한남동에서도 집회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들었다”며 “여기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 보니 대통령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인근에 사는 한 주민도 “윤 대통령 취임 직후 한동안 교통 체증과 인파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다”며 “심지어 주변 대통령 지지자들도 아크로비스타 복귀는 다 반대하더라”고 했다.
헌재와 광화문 인근 직장인들은 출퇴근길 폭력 사태가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광화문 인근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최 모(28) 씨는 “어떤 결과가 나든 폭동이 일어날 것 같다”며 “퇴근길이 우려되는데 아직까지 재택근무 소식은 없다”고 했다. 임직원 안전 우려가 제기되자 헌재 인근에 소재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선고 당일 전원 재택근무 방침을 확정했다.
한편 탄핵 찬반 양측은 운명의 날을 앞두고 막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등 탄핵 촉구 단체들은 1일 밤부터 안국역 6번출구에서 돗자리를 깔고 은박 담요를 두른 채 철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00여 m 떨어진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자유통일당 등 탄핵 반대 측 약 200명도 침낭과 담요로 무장한 채 기각 결정을 촉구하는 철야 집회를 벌였다.
경찰도 1일부터 24시간 상황 관리 체제에 돌입해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선고 당일인 4일에는 전국에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헌재 반경 약 150m 이내를 ‘진공상태’로 만들어 철저히 출입을 통제한다. 서울에만 210개 부대, 1만 4000여 명의 기동대를 집중 배치하고 종로·을지로 등 도심 주요 지역은 ‘특별범죄예방강화구역’으로 설정한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헌재 주변을 진공상태로 유지하고 주요 시설에 충분한 경력을 배치해 빈틈없는 방호 태세를 구축하겠다”며 “탄핵 찬반 단체 간 사전 차단선을 구축해 마찰을 방지하고 병력을 폭넓게 배치해 돌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