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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주주만 516만 명인데…전자주총땐 발언·의결권 행사 현실적 불가

■상법개정안 강행 논란

아무 준비도 안 됐는데 시행부터

전자투표와 달리 절차 반영해야

해킹·의결권 장애 처리도 불분명

법적 분쟁에 현장 혼란 불 보듯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전자 주주총회를 의무화한다는 상법 개정안을 강행하면서 상장사는 물론이고 증권 관계기관들에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당장 내년부터 상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전자 주총을 진행할 수 있는 기술·제도적 준비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여서 현장 혼란이 예상된다.

3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증권 관계기관들은 내년 전자 주총이 의무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플랫폼 개발·구축 등의 작업에 착수했다. 이달 13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상법 개정안엔 자산 2조 원 이상인 대형 상장회사는 전자 주총 병행 개최를 의무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서다.

야당이 의무화한 전자 주총은 일부 기업들이 도입해 시행 중인 전자 투표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다. 전자 주총은 주총 통지, 투표, 회의 진행 등 모든 절차를 전자화하는 것이고, 전자 투표는 총회에 출석하지 않고 의결권만 행사하는 제도다. 전자 투표와 달리 전자 주총은 현장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동시에 주주 출석 확인과 질문권 제공, 의결권 행사까지 주총 절차를 모두 반영해야 한다.





현재 전자 투표는 한국예탁결제원과 삼성증권 등 일부 기관에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반면 전자 주총은 논의 단계로 시범 운영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이제서야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내년까지 통신장애와 해킹 등 기술 문제를 대비할 시간도 충분치 않다. 매년 3월마다 특정일에 주총이 집중되는데 모든 상장사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영상중계업체도 많지 않다. 동영상 전송은 데이터 용량이 큰 만큼 통신장애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회사 비용 부담도 크다.

기술적 오류로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거나 하자가 생겼을 때 어떻게 처리할지도 불분명하다. 투표권이나 질문권 행사에 작은 오류라도 생기면 결의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어 법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임 소재도 모호하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안건일 경우 가결 여부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도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다. 아무리 삼성전자라도 소액주주만 516만 명이 있는 곳이라면 기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자 주총 도입이 주주 참여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 자산과 주주 규모 간 연계성이 없는데 의무 개최 대상을 자산 2조 원을 기준으로 한 것도 불분명하다. 주주 수가 적은 기업일수록 전자 주총이 적합하다는 미국 연구도 있다. 전자 주총 도입 필요성이 있더라도 현장에선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건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에선 전자 주총을 허용하되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2000년 세계 최초로 완전 전자 주총을 허용한 미국 델라웨어주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진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국내서도 엄격한 요건을 두고 안전장치를 갖춘 경우에만 허용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주총은 회사 경영의 의사 결정을 하는 방법인 만큼 방식만큼은 회사 자율로 두는 것이 타당하다”며 “법을 시행하기 전에 기술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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