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일시적 둔화)으로 침체기를 맞았던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행보 등으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테슬라를 제외하면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28일 유럽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유럽 내 비(非)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은 각각 11만 9103대, 10만 9141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27.5%, 1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가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에서의 증가폭은 42.3%, 87.8%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판매 부진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는 국내 완성차에게는 절호의 기회”라며 “특히 비테슬라의 전기차 판매 증가는 국내 배터리 3사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의 판매 증가는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GM, 폭스바겐, 혼다 등이 꾸준히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며 판매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시설을 완성하고 아이오닉5‧9을 생산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도 지난해 2025년형 쉐보레 트레스터 등 전기차 판매량이 약 50%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유럽에서는 전기차 부양 정책이 잇달아 시행되며 판매도 지속적으로 늘 전망이다. 최근 독일은 경기 부양책으로 5000억 유로(약 793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예산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중 20%가량이 에너지 전환 등 그린산업에 쓰이는 만큼 전기차 구매지원금 등 전기차 사용을 촉진하는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테슬라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 국내 배터리 3사의 업황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현재 테슬라는 국내 업체 중엔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서만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는 중국의 CATL, 일본의 파나소닉이다. 올해 판매 추세가 지속될 경우 배터리 업계 ‘리바운드’도 3분기 내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 판단이다.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연방 기관들의 대규모 지출·인력 감축을 주도하고 있다. EU에 대해서는 비민주적이라고 비난했으며 독일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에 노골적으로 지지를 표명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축하행사에서 나치 경례를 연상시키는 손동작을 내보이는 등 논란을 일으키면서 시장이 등을 돌리고 있다. 유럽과 미국 내에서 테슬라를 대상으로 한 방화 공격까지 잇따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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