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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잃는 한미FTA…반도체·농산물 줄줄이 타깃 되나[Pick코노미]

■트럼프 관세폭탄…일방 조치 가속

"FTA 개정안, 美에 성과제공 안해

車수입이 안보위협 키워" 명문화

같은 명분으로 언제든 즉시 관세

IEEPA 활용, 의약품 등 타깃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자신이 서명한 행정명령을 들어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수입산 자동차와 차 부품에 25%의 관세를 매기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협상을 통해 관세를 낮추기로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하는 것이 양자 무역협정의 본질인데 협상 테이블도 만들지 않고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번 관세 행정명령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한미 FTA가 공식적으로 언급돼 있다는 점이다. 한미 FTA 개정안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미국에 충분히 긍정적인 성과를 제공하지 않은 데 비해 자동차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위협은 커졌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대통령 행정명령에 한미FTA가 직접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TA가 행정명령과 법리적으로 충돌한다는 점을 고려해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았다’는 명분을 적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15대 흑자국 중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과 멕시코·캐나다 뿐이기 때문에 한미FTA와 USMCA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FTA를 개정하는 공식 절차를 밟는 대신 멋대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자신들의 처분에 일종의 정당성을 부여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FTA의 법적 구속력이 힘을 잃게 됐다고 보고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자유무역 시대에는 무역협정을 일방적으로 깨는 일이 극단적으로 제한됐는데 이제는 아니다”라며 “현대차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제시했는데도 품목관세 부과를 강행한 것은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최석영 전 주제네바 대사는 “엄밀하게 따지자면 이번 행정명령은 한미 FTA 위반이라고 법리적으로 주장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런데 미국이 안보 위협 때문이라고 하면 손쓸 방도가 없어 앞으로도 이런 구도가 반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근거로 ‘안보 위협’을 들었다.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무역확장법 232호에 따라 조치한다는 논리다. 무역확장법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자국 안보 이익에 어긋난다고 판단할 경우 특정 품목 무역에 대해 △관세 부과 △수입 쿼터 설정 △무역협정 개정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 해당 조항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 360일이 걸리는 상무부 조사 및 보고서 작성 등의 절차를 명시해뒀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1기 집권 시기에 작성해둔 케케묵은 보고서를 다시 활용하는 방식으로 사전 절차를 우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하기 위해 사전 절차를 마무리해둔 품목은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얼마든지 즉시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에는 무역확장법 말고도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이라는 또 다른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IEEPA는 비상사태를 선언한 후 특정 국가·단체·품목 거래를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앞서 부과된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보편관세에도 IEEPA가 사용됐다. 수입산 반도체·의약품의 범람으로 미국 안보가 침해됐다며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첨단무기에는 메모리반도체가 반드시 들어가기 때문에 반도체를 타깃으로 관세를 매길 명분이 있다”며 “이 경우 마이크론이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덕근(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EC룸에서 열린 미국 자동차 관세 부과 관련 민관 합동 긴급 대책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축산물도 트럼프 대통령의 타깃이 될 전망이다. 농축수산물 분야는 검역 등 과정에서 ‘비관세 장벽’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 육류 업계는 한국에 꾸준히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산 감자 수입은 조만간 확대될 예정이다. 미국 11개 주에서 생산되는 감자는 지난달 말 한국 검역 당국의 5단계 검역 절차를 통과했다. 6~8단계가 남았지만 이 과정은 사실상 행정 절차에 불과하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간 무역에서 농업 분야는 미국의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탈출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외 옥수수·대두 등 각종 농축산물에 대한 한국의 비관세 장벽을 뚫기 위해 미국 측이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국무부가 불만족스러운 FTA 항목을 개정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 같다”며 “다만 준비 시간이 많이 필요해 당장 협상 개시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관세 및 품목관세 등으로 긴장감을 극대화한 뒤 FTA 재협상을 통해 최대 이익을 끌어내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무역 협정을 무시하고 품목 관세를 부과하자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자동차 업계와 전문가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각계 의견을 모아 4월 중 ‘자동차 산업 비상 대책’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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