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는 줄고 빚은 못 갚으면서 연체와 폐업에 내몰리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 둔화의 여파로 소득이 적고 신용도가 낮은 ‘취약 자영업자’ 수가 1년 새 8%가량 늘며 43만 명에 육박했다. 이들의 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말 11% 수준까지 치솟아 1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28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는 42만 7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311만 5000명) 중 13.7%를 차지했다. 취약 자영업자는 금융회사 여러 곳에 대출이 있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차주를 뜻한다. 이들은 2022년 말 33만 8000명, 2023년 말 39만 6000명 등 매해 덩치를 불리고 있다.
특히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2023년 말 8.90%에서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11.55%, 11.16%를 기록하며 2%포인트 넘게 뛰었다. 이는 2013년 3분기(12.02%) 이후 1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서비스업 경기 부진으로 소득이 준 데다 누적된 고금리 상황으로 빚 상환에 애를 먹으면서 취약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현재는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어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낮아질 여건은 마련되고 있지만 업종 회복세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대 초반으로 낮추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내수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경우 취약 자영업자들의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고금리 장기화의 여파에 임금근로자의 대출 연체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말 기준 임금근로자 연체율은 0.5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7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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