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콘텐츠 기업 RBW(알비더블유(361570))가 아티스트 육성과 관련한 사업 전략의 전면 재구성을 추진한다. 수익성 중심으로 회사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아티스트 육성도 RBW만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전환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자체 보유 음원 등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수익 모델 다각화를 진행, 추가 매출원 확보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서울 광진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진우(사진) RBW 대표는 "지난해 3분기부터 RBW 2.0 전략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들과는 차별화된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새로운 캠페인을 진행하는 동시에 과감한 체질 개선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틈새 공략' 아티스트 육성 실험…하이브(352820)·SM과 다른 길 간다
먼저 RBW는 국내 대형 엔터 기업들인 하이브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등과는 다른 길을 걷기로 했다. 최근 들어 한 아티스트 육성에 100억~2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면서, 더이상 자금력이 약한 중소·중견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설 곳이 없어진 상황이다. 이에 RBW는 투자 대비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아티스트 육성 체계의 전환을 진행 중이다.
최근 RBW가 여러 벤처캐피털(VC)과 함께 조성한 120억 원 규모 '영파씨문화산업전문회사'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문전사는 RBW 자회사인 DSP미디어와 비츠엔터 소속 아티스트인 여성 힙합그룹 '영파씨'의 앨범과 해외 콘서트 제작에 가용 자금 전액을 투자할 계획이다. VC와 협력해 대규모 아티스트 육성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체 투자 비중을 줄여 리스크를 낮추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김진우 대표는 "대기업들의 자금 공세에 최소한의 대응 차원에서 VC들과 함께 문전사 설립을 생각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추가 문전사도 설립해 아티스트 육성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RBW는 신인 아티스트 육성·발굴 방식에서도 차별화를 꾀한다. 대형 엔터사들과 같은 방식으로 아이돌을 육성하는 것은 지양하고, RBW만이 가능한 새로운 육성 방식을 도입한다. 이를 위해 △음악 장르 △마케팅 캠페인 △목표 시장 등의 측면에서 기존 아이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에 영파씨는 기존 여성 아이돌그룹이 주력하지 않았던 90년대 '힙합'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고, '슈퍼팬 부스트 파티' 라는 독특한 형태의 팬미팅 등 을 진행하며 인기몰이 하고 있다. 또 조만간 RBW와 WM엔터테인먼트(RBW 자회사)에서도 각각 한 팀의 아티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이제 엔터 시장은 자본력 측면에서는 하이브나 SM엔터와 맞붙어 이기기 힘들게 된 것이 사실"이라며 "메이저를 지향하지만, 대중 아이돌들이 선택하지 않은 힙합과 록 장르를 추구하는 등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희망고문 더이상 없다"…수익성 중심 체질개선 박차
RBW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높인다. RBW는 2021년 11월 코스닥 상장을 기점으로 다양한 콘텐츠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예능·드라마 콘텐츠 전문 제작사를 인수하는가 하면, 여러 엔터사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합병(M&A)도 진행했다. 회사 규모를 키우다 보니, 곳곳에서 효율성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적자를 내는 자회사와 수익 구조가 불안정한 아티스트 팀이 생겨나면서 사업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김 대표는 "큰 기대를 걸고 여러 회사를 인수하고, 다양한 아티스트에도 투자해 왔지만, 수익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를 지속하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면서 "더이상 지체하는 것은 회사와 아티스트들에게도 희망고문하는 것밖에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콘텐츠 생산과 아티스트 육성 방식의 과감한 전환을 단행해 실질적인 수익 회수가 가능한 구조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RBW는 지난해 말 자회사인 예능 콘텐츠 제작사 '얼반웍스' 보유 지분 중 50%를 매각해 연결 자회사에서 제외시켯으며, 몇몇 아티스트에 대한 정리작업도 완료했다. 또 아직 활동 중인 아티스트들에 대해선 수익 모델을 전환한다. 방송 출연 위주에서 오프라인 행사나 공연 중심으로 활동으로 바꿔나가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지속적으로 적자가 나는 아티스트들에 대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오프라인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자체 채널에서 브랜디드 콘텐츠를 개발해 스폰서쉽을 유치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만 투자금을 회수하기보다는 아티스트들도 작지만 꾸준한 수익 활동을 통해 행복 지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BW는 회사가 보유한 약 9000여 곡의 IP에 대한 가치 향상 작업에도 집중한다. 옛 히트곡의 리메이크를 활성화하고, IP 이용 촉진을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도 진행한다. 또 새로운 IP도 매년 400~500곡씩 늘려가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조각 플랫폼 전문기업 '테사'와 협력해 음원 토큰증권(STO)도 발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IP의 가치와 사용 범위를 확대해 매출 확대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RBW 2.0은 '선택과 집중'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올해는 RBW가 잘할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메이저 아티스트 육성, 음원 IP를 수익성 확대에 집중해 RBW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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