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이 “지금이 변화와 혁신의 골든타임”이라며 “배터리 산업은 미래의 국가 핵심 산업이자 그룹의 주력으로 반드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침체와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미래 사업 육성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다. 구 회장의 비전에 호응하듯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1조 원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공급계약을 따냈다.
구 회장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 제63기 정기 주주총회 인사말을 통해 “글로벌 국제 관계, 경제 환경의 변화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 혁신의 가속화 등으로 시대 질서의 거대한 축이 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LG에 ‘새로운 성장의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며 “변화를 이해하고 가치를 이끌어내 산업으로 전환함으로써 고객으로의 여정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바로 LG가 부응해야 할 새로운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컴플라이언스(준법) 경영 △신성장 동력 육성을 두 가지 축으로 제시했다. 그는 “컴플라이언스를 기업의 성장과 발전의 핵심 인프라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은 LG 구성원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향후 LG의 컴플라이언스 체계가 시대와 사회 변화를 적시에 반영하도록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성장 동력은 ABC(AI·바이오·클린테크)가 중심이다. 구 회장은 “시장과 기술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와 공정 기술 등에서 혁신 방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글로벌 에너지 관리 업체인 델타 일렉트로닉스에 주택용 ESS 배터리를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4GWh 규모로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1조 원 규모로 추산한다. 약 40만 가구(4인 기준) 이상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양 사는 향후 주택용 ESS 배터리뿐 아니라 상업용 ESS 시장에서도 협력을 모색할 방침이다.
델타 일렉트로닉스는 테슬라와 애플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글로벌 에너지 관리 업체로 인버터와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등 다양한 전력 변환 장치를 생산한다.
이번 수주는 자동차뿐 아니라 ESS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수입산 ESS 배터리를 겨냥한 관세가 높아질 수 있는 만큼 현지 생산 배터리를 찾는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현지 생산 역량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 ESS 생산라인을 갖추고 올해 하반기부터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에 돌입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총 20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 규모 외화채 발행에도 성공했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대규모 글로벌 생산 시설 투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배터리와 관련한 소재 밸류체인(가치사슬) 확보에도 속도가 붙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최근 리튬 추출 기업 ‘서밋 나노테크’ 시리즈A(사업 초기 단계)에 투자했다. 정확한 투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통상 시리즈A 투자 규모는 20억~100억 원 사이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해 말에도 고성능 단결정 양극재를 고효율로 생산하는 클린테크 기업 ‘액트아이온’에 시리즈A 투자를 진행했다.
한편 업황이 좋지 않은 디스플레이 사업은 적극적으로 사업구조 전환에 나설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승인하는 사업 재편 기업에 선정됐다. LG디스플레이는 디지털 전환(DX) 분야 대상 기업으로 △고성능 AI 인프라 구축 △실시간 공정 데이터 분석 △AI 및 공정 모니터링용 서버 확충 등을 추진한다. 대기업이 산업부 사업 재편 계획 승인을 받는 것은 2023년 9월 포스코퓨처엠 이후 처음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승인으로 국책은행 대출과 시중은행 차입금 만기 연장, 한도 유지 등의 금융 지원을 포함한 인센티브를 5년간 받는다. 회사의 최대 목표인 연간 흑자 전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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