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가 “집사람에게 쫓겨날 정도로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사 최고경영자(CEO)이면서도 게임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일부 주주들의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악화한 실적에 대해 사과하면서 지식재산권(IP) 확장을 통한 ‘게임 명가 재건’을 다짐했다.
박 대표는 26일 경기 성남시 엔씨소프트(036570) 판교R&D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게임에 대해 잘 모르고 게임을 사랑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한 소액주주의 지적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제가 게임을 모른다고들 하는데, 게임에 돈을 거의 십일조 수준으로 쓰고 있고 식사도 90%는 개발자들과 한다”고 부연했다.
박 대표는 ‘재무통’으로 분류되는 회계·재무 전문가로 지난해 엔씨소프트에 합류해 경영 효율화 작업을 주도했다. 변호사 출신이자 첫 외부 출신 대표로 게임 관련 경험이 적은 데다 구조조정 등 경영 중심 활동에 집중해 일각에서 ‘게임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그는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게임 개발자를 등한시한다거나 게임을 싫어한다는 주장은 좀 달리 보실 면이 있다”며 “회사가 만드는 게임은 다 해보고 이 중 두세 개는 8~9개월 이상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핵심 IP인 리니지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리니지는) 정말 잘 만든 IP”라며 “요새 (경쟁 기업에서) 이른바 ‘리니지라이크(리니지류)’라고 나온 게임들도 해봤지만 1~2개월쯤 하다 보면 리니지보다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향후 신작 구상에 대해 “서브컬처(비주류 마니아층 문화) 게임과 슈팅 장르에 대한 신규 투자와 판권 확보로 이 분야를 키워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신작 게임들이 기대에 못 미친 원인을 치열하게 반성했다”며 “자체 개발과 퍼블리싱 게임 모두 전사적으로 기술·게임 평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높은 기준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밌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모든 직원이 한 방향으로 움직였던 과거의 모습을 되찾겠다”고 게임 명가 재건 의지를 강조했다.
엔씨소프트 게임에 대한 유튜버들의 허위 사실 유포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한 주주의 질문을 받고서는 “저희도 정말 괴롭다. 도가 지나치다고 느끼는 게 많다”며 “지난해 TF를 구성해 모니터링하고 있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서 엔씨소프트는 총 283억 원(주당 1460원)의 현금 배당 실시 안건, 정교화·이은화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 안건 등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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