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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음식' 족쇄에 묶인 라면값 [기자의눈]

김경택 생활산업부 기자


“우리나라 국민들이 1년에 평균 70그릇의 라면을 먹는다고 합니다. 라면 한 봉지 가격이 50원 오른다고 하면 연간 부담이 3500원 정도 늘어나는 수준이에요. 라면 한 개가 껌보다 저렴한데 가격 인상에 대한 반발이 유독 큰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식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최근 라면 가격이 올랐다. 농심 신라면은 50원, 오뚜기 진라면은 70원 인상됐다. 원재료·포장재·인건비 등 주요 원가 상승에 따른 결정이었다. 커피·과자·우유·맥주·빵 등 온갖 식료품이 줄줄이 가격을 올렸지만 유독 라면 가격 인상에 날 선 반응이 쏟아졌다. 정부와 정치권, 소비자단체까지 나서 ‘서민 음식’이라는 이유로 라면 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물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라면은 다른 식품에 비해 가격 인상 폭이 최소한으로 억제돼왔다. 1990년만 해도 신라면이 200원, 버스 요금(서울 기준)은 140원이었지만 현재는 신라면 1000원, 버스 요금 1500원으로 역전됐다. 공공요금보다 오르기 어려운 게 라면 가격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서민 음식이라 불리는 다른 음식과 비교해 봐도 라면이 상대적으로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 받고 있다. 신라면 가격이 2005년 600원에서 2025년 1000원으로 20년 새 400원(66.7%) 오른 반면 같은 기간 분식집 김밥은 평균 1000원에서 4000원으로 300%, 편의점 삼각김밥은 700원에서 1700원으로 142.9% 뛰었다.

라면 기업들은 수출 확대와 프리미엄 신제품 출시를 통해 수익을 메워왔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내수 시장에서는 여전히 적정한 가격을 받지 못해 손실까지 감내하고 있다. 그 여파로 품질 개선이나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여력까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지나치게 억눌린 가격은 결국 제품의 질과 소비자 선택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도 라면을 다른 식품들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라면 기업들 역시 이번 가격 인상을 계기로 소비자에게 더 나은 품질과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모두가 ‘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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