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지역 산불로 인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재계와 종교계 등을 중심으로 이재민을 지원하기 위한 기부·구호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구호 성금과 인력·구호품 지원에 나서고 있고 종교계는 추가 인명 피해 예방과 전 국민적인 연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이날 경남·경북·울산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 복구와 피해 주민 지원을 위해 30억 원의 성금을 기탁한다고 밝혔다. SK·현대자동차·LG·포스코는 각각 20억 원의 성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롯데·한화와 KT도 10억 원씩 기탁했고 CJ·LS·두산·에이스침대 또한 이날 성금 각 5억 원 지원을 약속하며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지원금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남 산청·하동군, 울산 울주군, 경북 의성군에 전달돼 이재민과 피해 복구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인명 피해가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해 이재민과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을 위한 물품 전달도 신속히 이뤄지고 있다. 포스코는 위생용품·이불·비상식량 등으로 구성된 구호 꾸러미를 제작했고 SK하이닉스는 구호 텐트, 바닥 매트 800세트와 구호 꾸러미 1500개를 지원했다. 편의점 이마트24는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함께 경북 의성군과 경남 산청군 등에 마스크와 음료·에너지바 등 600여 명분의 구호품을 전달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생필품과 식료품을 피해지역 이재민에게 지원한다. 롯데웰푸드는 3억 3000만 원 상당의 식료품을, 호텔롯데는 5000만 원 규모의 긴급 구호 세트를 피해지역에 기부했다. CJ푸드빌은 구호 물품으로 뚜레쥬르 빵과 음료수 총 1만 개를 산불 피해 현장에 긴급 지원했다. 또 임직원들로 구성된 봉사단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피해 복구를 위한 활동을 돕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은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들에게 도시락 1500인분을 제공했으며 향후에도 필요한 지원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LG전자는 임시 대피소에 공기청정기 등 가전제품을 지원하는 한편 피해를 본 가전제품을 무상 수리하는 이동 서비스센터를 운영한다. LG유플러스는 색칠그림책·장난감 등으로 구성된 아동용 키트를 지원하고 동물자유연대와 협의해 이재민의 반려동물을 구호하는 활동도 진행 중이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KT 등 통신사들은 이재민 임시 주거 시설 인근에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휴대폰 배터리 충전 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도 산불 피해 복구에 각 10억 원을 지원하고 구호 꾸러미와 급식차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사들은 이재민을 대상으로 특별 대출, 만기 연장, 금리 우대, 보험료·카드 결제 대금 유예 등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일부 기업들은 피해 현장 복구에도 직접 나섰다. HD현대 계열사인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산불 피해지역 복구를 위한 굴착기와 인력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피해지역에 세탁·방역 구호 차량 등 6대를 투입해 오염된 세탁물 처리와 피해 현장의 방역 대응을 지원한다. 현대차는 또 화재 피해 차량 소유 고객을 대상으로 자차 보험 미가입 고객에게 화재 피해 차량 수리 비용을 최대 50% 할인하고 수리 완료 후 무상 세차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종교계는 담화와 위로 서신을 통해 산불 피해지역민들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날 총무 김종생 목사 명의의 서신을 통해 “정치·사회적으로 매우 엄중한 국면에 놓여 있지만 지금은 생명을 최우선에 둬야 할 때”라며 “두려움 속에 일상을 이어가고 있는 시민들의 삶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피해 규모에 상응하는 정교하고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산불로 경북 의성의 천년 고찰 고운사가 소실되는 피해를 입은 대한불교조계종은 이재민과 피해 사찰을 지원하기 위해 다음 달 30일까지 종단 산하 공익 기부 재단 아름다운동행을 통해 특별 모금을 실시한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은 이날 고운사를 방문해 “문화유산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생명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며 “구조와 진화 대원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주기를 바라며 재난지역의 사찰에서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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