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024110)이 부당 대출을 막고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임원이 해당 사건에 관여돼 있을 경우 즉시 직무를 해임하고 지점장 이상은 친인척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기로 했다. 부당한 지시의 경우 상급자와 이를 수행한 직원까지 함께 책임을 묻는다. 국책은행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뿌리를 뽑겠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은 26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고강도 쇄신안을 내놓았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이날 대국민 사과문에서 “신뢰를 생명으로 삼는 은행에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이번 일로 고객 님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IBK기업은행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IBK는 이번 사고가 발생하게 된 모든 원인들을 철저하게 발본색원해 사고 발생의 개연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이라며 “곪은 곳을 송두리째 도려내 완전히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환부작신’의 자세로 쇄신을 추진해 고객과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내부통제와 업무 과정의 빈틈, 부당한 지시 같은 조직 문화가 부당 대출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김 행장은 “조직에서 부여한 권한을 악용해 사리사욕에 이용하는 기회주의,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책임의식 없이 따르는 상명하복 문화가 존재했다”며 “학연과 지연, 퇴직 임직원 등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끼리끼리 문화, 잘못을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온정주의 등도 지금의 상황을 만든 큰 이유 중의 하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업은행은 대대적인 제도 개편을 통해 은행 문화를 확 바꿀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기업은행은 △지점장 이상 임직원의 친인척 정보 DB 구축 △대출 시마다 부당 대출 방지 확인서 징수 △심사역 일정 기간 이상 동일 업종 및 지역 심사 금지 △승인여신 점검 조식 신설 등을 추진한다. 김 행장은 “내부통제 체계를 무력화하는 부당 지시와 이행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뿌리 뽑도록 하겠다”며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상급자들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 앞으로는 잘못된 지시인 것을 알면서도 이를 거부하지 않고 이행한다면 지시자와 마찬가지로 엄정하게 그 책임을 함께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내부자 신고 활성화를 위해 익명성이 보장되는 독립적인 외부 신고 채널을 신설한다. 이를 통해 현직 임직원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위법과 부당 행위를 제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자진신고자에 대해서는 면책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내부 제보자들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예정이다.
이해상충 같은 부당 행위를 점검하는 검사 업무도 쇄신하기로 했다. 검사 프로세스 점검과 비위 행위 등에 대한 검사부 내부 고발을 담당하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감사자문단을 운영해 검사 업무의 공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개인정보 문제가 있어서 타 은행에서는 도입하지 않고 있던 방안을 과감히 선택했다”며 “친인척 대출에서의 부정을 원천적으로 막겠다”고 강조했다.
은행은 또 금융사고 발생 시 경영진과 고위 관리자부터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본부장급 이상 임직원이 부당, 불법 대출에 관여하거나 무익하면 즉시 직무 해임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이날 발표한 쇄신 계획이 일회성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IBK쇄신위원회’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추진 상황을 관리할 예정이다. 김 행장은 “온정주의를 벗어나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엄격한 상벌 운영으로 건강하고 선진하된 조직 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며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정책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신뢰받는 은행으로 반드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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