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직원들의 지난해 육아휴직 사용이 기업별로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자동육아휴직을 도입한 롯데쇼핑은 남성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10명 중 8명이 육아휴직을 한 반면, 이마트는 직원 10명 중 3명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26일 롯데쇼핑,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기업의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을 아우르는 롯데쇼핑 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80%를 기록했다. 여성은 90%에 달했고 남성도 67%나 됐다. 반면 이마트는 여성 71%, 남성 7% 등 전체 25%로 집계됐다. 전체 직원들의 사용률로 따지면 롯데쇼핑이 이마트의 3배 이상 더 높은 셈이다. 이밖에 신세계 68.6%(여 100%, 남 8.3%), 현대백화점 65.4%(여 98.6%, 남 5.3%), BGF리테일 32.8%(여 100%, 남 6.7%) 등으로 나타났다.
같은 유통업계 내에서도 기업에 따라 육아휴직 사용률 격차가 큰 것은 각 사별 남성들의 사용비율이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대다수 기업들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롯데쇼핑은 67%로 절반을 훌쩍 넘겼다. 이는 롯데그룹이 2012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자동육아휴직을 도입하고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를 시행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유통업계 전체적으로는 육아휴직 사용률이 소폭 감소 추세를 보였다. 소비심리가 둔화되고 e커머스 등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기업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업황이 악화되자 복지제도 사용도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3년 34%에서 지난해 25%로 9%포인트(p) 줄었고, 롯데쇼핑(82→80%), BGF리테일(35.7→32.8%)도 감소했다.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높은 롯데쇼핑마저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전년대비 10%p 줄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저출생 해소를 위한 각종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 기업에서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는 건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특히 업황이 나빠지면서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는 마당에 자유롭게 복지제도를 사용하는 건 부담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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