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업계가 ‘양극화’의 늪에 빠졌다. 마뗑킴 등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K패션 바람에 실적 호조를 보이며 공격적으로 인력을 확충하는 반면, 주요 패션 대기업들은 실적 부진 속에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내수 시장이 위축되며 의류 소비가 줄어든 가운데 소비 트렌드 변화와 시장 재편이 이어지면서 업계 내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LF의 정규직 근로자 수는 848명으로 전년(980명) 대비 13.4% 감소했다. LF의 정규직 수는 2023년에도 2022년(1057명) 대비 7.2% 감소했는데, 지난해에는 감소 폭이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이 같은 현상은 다른 패션 대기업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정규직 수는 2022년 1218명에서 2023년 1006명, 지난해 993명으로 줄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코오롱FnC)의 정규직 수도 2023년 1111명에서 지난해 1088명으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한섬의 정규직 수 역시 1555명에서 1478명으로 5% 가량 줄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정규직 수는 1282명에서 1262명으로 줄었다. 패션업계는 올해 채용도 대폭 줄일 계획이다. 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패션업계의 올해 채용계획 인원은 1483명으로 지난해 채용인원 5049명 대비 3분의 1 토막이 났다.
패션 대기업은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섬의 매출액은 2022년 1조 5422억 원에서 2023년 1조 5286억 원, 2024년 1조 4853억 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인터내셔날 매출액도 1조 5539억 원에서 1조 3543억 원, 1조 3086억 원으로 줄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코오롱FnC의 매출액도 각각 2023년 2조 510억 원에서 지난해 2조 42억 원, 1조 2943억 원에서 1조 2332억 원으로 줄었다. LF의 패션 부문 매출액 역시 1조 4966억 원에서 1조 4521억 원으로 줄었다.
반면 디자이너 브랜드로 통칭되는 중소 패션기업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뗑킴의 경우 2022년 500억 원에 그쳤던 매출액이 지난해 1500억 원으로 급증했다. 마뗑킴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하고하우스의 매출액도 2023년 2500억 원에서 지난해 3500억 원으로 1년 만에 40%나 늘었다. 직원 수도 2023년 3월 83명에서 지난해 3월 153명, 현재 235명으로 각각 84%와 5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의류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패션 대기업이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의 연간 지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의류·신발’에 대한 실질 가계지출은 2022년 13만 1000원에서 2023년 12만 6000원, 지난해 12만 4000원으로 3년 연속 줄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 변화와 패션 플랫폼의 활성화로 빠르게 젊은층 사이에서 인지도를 키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접점을 넓히고 수출까지 하며 매출을 다방면으로 확대하는데 성공했다”며 “반면 패션 대기업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다소 노후화된 데다 정체성도 불분명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데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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