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현 딜로이트안진 파트너는 “임원 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책무를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며 “특히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 의무를 다른 임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법령상 정해진 책무 내용을 빠짐없이 기술하되 임원 간 책무가 중복되지 않고 특정 임원에게 과도하게 편중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권 파트너는 2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비은행권역 책무구조도 대응 방안’을 주제로 열린 ‘제1회 내부통제 정책포럼’에서 최근 준법감시인이나 인사 담당 임원, 이사회 의장 등 다른 임원의 책무 기술서에 대표이사의 책임이 포함된 사례를 소개하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 의무는 반드시 대표이사의 책무 기술서에만 포함돼야 한다”면서 “업무 수행 권한은 각 임원에게 위임해 실무를 담당하게 할 수 있지만 책임은 다른 임원에게 위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임원 간 책무를 구분하기 위한 기준으로는 취급 상품의 종류, 고객군, 지역 등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자산운용사의 경우 ‘주식형·채권형’ 식으로 구분 가능하다. 권 파트너는 동일한 상품을 다루게 되는 경우에는 ‘소관 본부 내 무엇에 대한 책임’이라는 식으로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법률상 반드시 명시해야 할 책무가 누락되는 경우도 소개됐다. 권 파트너는 “자금세탁방지책임자(AML)와 정보보호 최고책임자(CISO)의 경우 법령에 따라 수행해야 하는 업무가 명확히 정의돼 있는 데도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사회의 운영 지원 업무를 하는 사무국장이나 경영지원본부장 등 실무 임원들이 책무 기술서에 이사회에 대한 책임을 명시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사회 의장의 책무와 혼선이 발생할 수 있고 책임이 전가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서다.
책무의 편중 문제와 관련해 권 파트너는 단순히 책무의 숫자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업무의 성격이나 조직 내 역할, 책임의 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경영지원본부장 등 일부 임원들이 여러 책무를 맡더라도 실무 수행은 하부 조직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상황은 실무적 특성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파트너는 책무 구조도가 한 번 작성된 후 방치되는 사례도 지적하며 조직 개편이나 인사 변경, 금융 사고 발생 등 변화가 있을 때마다 즉각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그는 “임원을 새로 선임할 때 7영업일 이내에 감독 당국에 보고해야 하므로 사전 준비가 필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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