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 강도 높은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이렇게 아낀 나랏돈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인공지능(AI)·첨단바이오·양자 등 3대 게인체인저 기초·원천기술에 집중 투입한다.
기획재정부가 25일 이 같은 내용의 ‘2026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을 확정했다. 올해 정부가 제시한 내년 예산안 편성 기본방향에서 가장 달라진 지점은 ‘글로벌 기술경쟁 본격화에 따른 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지원을 확대하고 기존 산업의 AI·디지털 전환(AX·DX)을 추진한다’고 밝힌 부분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를 의식한듯 통상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수출 지역·품목을 다변화하고 경제안보 확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4대 중점투자 분야 중 하나로 ‘산업경쟁력 강화를 통한 성장잠재력 제고’를 제시했다. “1%대 성장이 우리의 실력”이라는 안팎의 비판을 수용해 근본적인 체질을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세계최고 수준의 AI모델을 개발하고 AI컴퓨팅 자원·데이터 인프라를 확충하며 AI산업화 등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매진한다. 추격형이 아닌 선도형 연구개발(R&D)로 전환을 모색하면서 AI·첨단바이오·양자 등 3대 게인체인저 전략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구상이다.
국가 AI컴퓨팅센터는 가능한 한 개소 시기를 앞당겨 AI R&D 환경을 조기에 개선한다. AI 혁신펀드 투자 등을 통해 오픈AI의 챗GPT처럼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산 LLM(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도 뒷받침한다. AI를 산업 현장에 접목한 휴머노이드 로봇, AI통합관제시스템 등을 통한 제조업의 생산성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온디바이스 AI, AI에이전트가 탑재된 자율주행차 등 AI제품의 경쟁력도 높인다. AI플랫폼을 적용한 AI신약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AI·디지털 기술은 예산 편성·집행, 국고보조금 관리 등 재정운용에도 적극 활용한다. ‘짠물 예산안’을 내놓기 위해 의무지출은 인구구조 등 여건 변화, 효과성을 점검해 효율화한다. 기재부가 예산안 편성지침에서 의무지출 점검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4년 시작된 재량지출 10% ‘이상’ 감축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진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신규예산 요구시 기존 조세지출과의 유사·중복 여부에 대한 사전 검토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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