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폭싹 속았수다'로 대박을 친 드라마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068050)의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급락했다. 팬엔터가 넷플릭스로부터 받은 이 드라마 제작비만 600억 원으로 알려진 가운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국내 제작사들의 매출 인식 방식도 새삼 주목 받고 있다.
25일 팬엔터테인먼트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347억 원, 영업이익은 1억2887만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72%, 영업이익은 97% 급락했다. 당기순이익도 적자 전환해 31억 원 순손실을 냈다.
①제작기간 중 대부분 매출 인식…23년 최대 실적
'폭싹 속았수다'가 한국은 물론 전세계 다수 국가에서 시청시간 최상위권을 달리는 등 최고 화제작으로 등극한 것을 고려하면 지난해 팬엔터의 실적 급락은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 드라마는 지난 7일 넷플릭스 공개 후 12개국서 1위에 등극했고 24개국에서 톱10에 들었다.
일반적으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넷플릭스에서만 방영) 제작사에 제작비를 정액으로 납부하는 방식을 택한다고 한다. 즉 드라마가 제작되는 연도에 매출이 크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실제 팬엔터는 2023년 매출액 1238억 원, 영업이익 44억 원, 당기순이익 76억 원 등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폭싹 속았수다' 매출은 최초 양사 간 계약 연도인 23년도에 가장 크게 발생했다"며 "드라마 제작 기간 등을 고려하면 24년도에도 매출이 추가로 인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넷플릭스 재생시간 늘어도 추가 수익 없어"
팬엔터는 2023년 드라마 수출로 628억 원 매출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엔 수출액이 207억 원으로 1년 만에 3분의 1토막 났다. 23년도엔 △꽃선비열애사 △국민사형투표 △돌풍 △반짝이는원터멜론 △폭싹속았수다 등 6편을 제작했으나 지난해엔 △돌풍 △폭싹속았수다 등 2편을 제작하는데 그친 것도 영향을 줬던 것으로 추정된다.
23~24년 팬엔터의 제작 드라마 중 가장 큰 수출액으로 기록됐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돌풍'과 '폭싹 속았수다' 등 2편이다. '돌풍'은 23년 1월부터 그해 7월까지, '폭싹 속았수다'는 23년 3월부터 24년 2월까지 1년 간 촬영했다.
다만 올해에도 이 드라마들의 성공으로 인한 팬엔터의 추가 수익은 거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드라마가 히트를 치고 재생시간이 늘어 추가 수익으로 연결된다 하더라도, 제작사 측에 더 줘야할 돈이 거의 없다.
또다른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계약을 맺을때 전체 제작비의 7~8%가량을 제작사 측 수익금으로 산정한다"며 "이 수익금은 대부분 일회성이며 드라마 성공으로 인한 추가 보수 지급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③정치 테마주처럼 움직인 주가…상승분 모두 반납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이런 계약 방식에도 불구하고 올 3월 7일 '폭싹 속았수다'가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팬엔터 주가는 급등세를 연출했다. 공개 후 증시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10일 코스닥 시장에서 팬엔터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무려 22.12% 상승, 3230원을 기록하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사실상 실적과 큰 관련이 없게 된 히트작인데도 주가가 급등한 건 이 주식이 마치 정치 테마주처럼 움직였기 때문이라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팬엔터 주가는 이후에도 큰 변동폭을 보이면서 최근에는 당시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는 모습이다.
다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선 팬엔터가 걸작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게 된 만큼 차기작 제작 시 투자 유치 등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을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작가와 감독, 톱스타 등을 아우르는 드라마 제작 역량을 입증한 것"이라며 "다른 글로벌 OTT들과의 차기작 투자 협상 등에서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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