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해보험 124만 고객이 대혼란에 빠졌다. 메리츠화재의 인수 작업이 불발되면서 청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일부 계약자들은 보험을 해지하고 있고 다른 이들은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국회 청원을 올리는 등 자산 지키기 집단행동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MG손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결정이 늦어질수록 처리 비용과 고객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MG손보 고객 1800여 명은 단체 오픈 채팅방을 만들어 주요 정보를 공유하고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인수 작업이 중단된 이후로는 고객센터 자동응답전화(ARS)로 문의 전화가 폭주해 사실상 연결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청산을 앞두고 있다는 보험사에 보험료를 계속 내야 하는지 우왕좌왕하고 있다. “계속 보험료를 내야 할까요?” “지금까지 낸 돈은 안전한가” 같은 궁금증이 쏟아지고 있다. 한 고객은 “ARS나 홈페이지에서 자동이체 납부를 해지하고 한 달씩 보험료를 연체하면서 내라”며 “한 달 미납은 해지 사유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굳이 매달 보험료를 냈다가 나중에 손실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보험료는 두 달 미납되면 일정 절차를 거쳐 보험계약이 해지(실효)된다.
일부 가입자는 단체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담당자와 예금보험공사 관계자 등의 연락처를 단체 채팅방에 공유하고 ‘MG손보 계약자 민원 전화 예시’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를 전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청산 가능성이 있는지 △계약자 보호에 대한 공식 입장이나 설명이 왜 부족한지 △향후 정상화 방안은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어보라는 식이다. 일부는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매주 월요일 오후 청산 반대 시위를 열기로 했다. 일부 고객은 국회 청원을 통해 MG손보 청산에 따른 서민 피해를 막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청산 불안감에 계약 해지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000만 원까지 해약 환급금을 받을 수 있지만 관련 절차가 복잡하고 신경이 쓰인다는 이유다. A은행의 경우 과거 창구에서 판매한 MG손보 보험상품 가입 고객에게 1인당 5000만 원까지만 계약을 유지하라고 안내하고 있는데 상당수가 보험을 해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MG손보 처리 방침이 나오지 않고 계속 늦어지면서 고객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며 “5000만 원까지는 유지하라고 해도 ‘귀찮다’며 다 해지하는 식”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MG손보 고객들의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 고객은 “이번에 암 진단을 받아 보험비는 면제 받았지만 보험사가 청산해 이 보험이 사라지면 저는 보험 가입을 이제 못한다”며 “돈을 날린 것보다 그나마 있던 보험이 사라지는 게 더 슬프다”고 밝혔다. 한 고객은 “MG손보 실비보험을 15년 성실히 납부했는데 이런 날벼락 같은 일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17년간 1400만 원을 납부했다는 한 고객은 해지해도 700만 원만 환급된다며 중요한 것은 보장이 사라진다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보험 업계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MG손보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MG손보 탓에 중소형사가 불안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업계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과 예금보험공사가 MG손보 처리 방안에 대해 긴밀하게 논의하고는 있지만 결국 정치권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이후에나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MG손보의 규모를 봤을 때 컨트롤타워 없이 진행하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탄핵 심판 등 향후 절차 등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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