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이 커버드콜에 대한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자 잠잠했던 운용사들이 높은 분배율을 앞세워 마케팅 경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연초 해외 펀드 배당금에 대한 외국납부세액 공제 방식이 갑작스럽게 바뀌자 투자자들이 미국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를 팔고 커버드콜로 갈아타는 수요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연금계좌로 투자하기 적합하지 않은 초고위험 자산인 커버드콜을 내세우면서도 18~20% 등 과도하게 높은 분배율로 소비자를 현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 금융통계정보에 따르면 외납세 공제 방식 개편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4일부터 이달 21일까지 33거래일 동안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상장된 커버드콜 ETF 39개를 7614억 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커버드콜 ETF 5개(-48억 원)에서 소폭 순매도가 이뤄졌으나 나머지 대부분 상품에서 대규모 순매수가 이뤄진 결과다. 옵션 매도로 받는 프리미엄은 비과세라는 유인책이 작용했다. 삼성자산운용(4644억 원)이 가장 큰 폭으로 개인 순매수 금액이 늘었고 미래에셋자산운용(2050억 원), KB자산운용(365억 원), 한국투자신탁운용(309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커버드콜은 기초자산을 매수하는 동시에 콜옵션(매수청구권)을 매도해 배당 재원을 마련한다. 지난해 확정되지 않은 분배율 등으로 마케팅 경쟁이 벌어지자 금감원이 상품명에 ‘+00%’ ‘프리미엄’ 등의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은 이후 자금 유입이 줄기도 했다.
문제는 분배율을 표시하지 못하자 이제는 고분배율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상장한 KB자산운용 ‘RISE 미국테크100데일리고정커버드콜’과 ‘RISE 미국AI밸류체인데일리고정커버드콜’ 등은 매월 1.47~1.75%씩 분배금을 지급해 연간 분배율이 18~20%로 가장 높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나스닥100데일리커버드콜OTM’도 분배율이 연 19% 수준이다.
그러나 분배금이 지나치게 많으면 기초자산 가격과 무관하게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발생한다. 그만큼 옵션을 많이 판매하게 되면서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특히 커버드콜은 횡보장에서 유리하고 장기 투자할 경우 수익률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때문에 연금계좌로 투자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다.
커버드콜 상품이 위험하다는 것은 운용사들도 인지하고 있다. 국내 상장된 39개 커버드콜 ETF 가운데 ‘매우 높은 위험(1등급)’이 7개, ‘높은 위험(2등급)’이 24개 등 대부분인 31개가 위험 등급이 높다. 높은 분배율을 자랑하는 ‘KODEX나스닥100데일리커버드콜OTM’ ‘RISE 미국AI밸류체인데일리고정커버드콜’은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 이하 회사채와 동일하게 고위험자산으로 분류돼 있다.
다만 운용사들이 ETF에 매기는 위험 등급은 안전장치로 활용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투자협회 가이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만 운용사마다 책정 기준이 제각각인 탓이다. ‘미국 배당 다우존스 타깃’이라도 KODEX는 1등급, TIGER는 2등급인 식이다. 펀드와 달리 ETF는 투자자가 직접 결정해 투자하기 때문에 성향 분석과 무관하고 비대면으로 바로 투자가 가능하다.
위험 1등급 커버드콜 7개 중 6개를 보유한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다른 ETF와 달리 파생상품을 다루는 상품이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보수적 기준으로 등급을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버드콜로 경쟁하는 동안 다른 상품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전체 상장 ETF 960개 가운데 하루 거래 대금 1000만 원 미만인 ETF가 228개(23.8%)이고 상장폐지 기준인 순자산 총액 50억 원 미만인 ETF가 72개(7.5%)에 이른다. ‘메타버스’ 등 단기 모멘텀만 이용한 상품을 만들었다가 관심이 식자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은 커버드콜이나 버퍼형 등 파생상품을 활용한 상품을 두고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커버드콜이나 버퍼형 상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투자자들이 상품 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투자하는지 의문”이라며 “특히 은행 신탁을 통해 파생형 ETF를 판매할 경우 불완전 판매 가능성도 있는 만큼 운용사들이 더욱 정확하고 확실하게 상품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