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코리아밸류업지수’를 발표한 지 6개월이 지난 가운데 지수에 포함된 일부 중견기업에 대한 증권가 리포트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현대차(005380)처럼 시가총액이 큰 종목의 보고서는 100건이 넘어가는 등 밸류업지수 내에서도 대형주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밸류업을 위해서는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5종목을 포함한 코리아밸류업지수가 발표된 지난해 9월 24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증권사 리포트가 단 한 건도 발간되지 않은 상장사는 8곳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한진칼(180640) △동서(026960) △현대엘리베이(017800)터 △동진쎄미켐(005290) △나노신소재(121600)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 △쿠쿠홈시스(284740) △다우데이타(032190) 등으로 시총 5조 원이 넘는 지주사이거나 몇 천억 원대 중견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의 관심이 낮은 상황이다.
같은 기간 밸류업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발간된 리포트가 10건 이하인 기업은 31곳으로 절반이 넘는 17개사가 코스닥 상장사다. 반면 삼성전자(145건), 현대차(114건), 기아(000270)(110건), SK하이닉스(104건)는 이 기간 동안 리포트가 100건 이상 발간됐다. 지난해 12월 특별 리밸런싱으로 추가된 5개 종목(현대모비스(012330)·SK텔레콤(017670)·KT(030200)·하나금융지주(086790)·KB금융(105560))도 약 석 달간 최소 24건에서 40건이 넘는 보고서가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증권가에서 모든 상장사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밸류업지수 구성 종목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밸류업지수 105종목은 거래소가 시장 대표성(시총), 수익성, 주주 환원, 시장평가, 자본 효율성 등의 요소를 고루 평가해 증시 대표 선수로 뽑은 기업들이다.
더불어 회사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는 등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을 줄여야 한다”며 “종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장기 투자로 이끌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증권사 리포트가 꼽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밸류업지수 내에서 일부 종목으로 리포트가 집중되는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 예측했던 밸류업지수 구성과 거래소에서 발표한 실제 종목이 다른 만큼 보고서를 발표하는 데 있어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일부 종목에 대해서는 상법 개정과 지배구조 개편 등 민감한 사항이 있어 외부에서 손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밸류업지수가 공개됐을 때부터 증권가에서 예측한 것과 실제 구성 종목과의 괴리가 있었다”며 “업계 입장에서는 해당 기업이 실질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합한지 의문이 드는 종목도 있는 만큼 이를 증권사에서 모두 살펴보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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