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기아(000270)가 미국 시장에서 올해 누적 판매 3000만 대를 돌파한다. 미국 시장 진출 39년 만에 대기록을 작성하는 것이다.
24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미국 시장 누적 판매량은 2930만 대로 집계됐다. 현대차(91만 대), 기아(79만 대)의 지난해 판매량을 고려하면 상반기 내에 누적 판매량이 3000만 대를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과 비교할 때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판매량은 ‘파죽지세’라고 할 만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1986년 미국에서 첫 판매를 시작해 2011년 1000만 대, 2018년 2000만 대에 이어 올해 3000만 대를 웃돌 예정이다. 미국 브랜드가 아닌 완성차 회사 중 현지 판매량이 3000만 대를 넘어선 회사는 앞서 진출한 도요타와 혼다에 이어 현대차그룹뿐이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누적 판매 3000만 대 기록은 도요타와 혼다보다 훨씬 빠르다. 도요타는 1958년, 혼다는 1970년 미국 시장에 각각 진출해 2012년과 2017년 누적 판매 3000만 대를 넘어섰다. 도요타는 54년, 혼다는 47년이 걸린 3000만 대 판매를 현대차는 39년 만에 이뤄냈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39년 만에 세운 ‘3000만 대 판매’ 기록은 현지 고객들의 니즈(needs)를 꿰뚫는 경영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은 국가나 지역마다 차이가 확연하다. 고가의 제품인 자동차를 사는 고객들은 경기 상황과 기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는 소형차부터 중·대형, 상용차까지 형태도 세단, 해치백, 왜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야 한다. 파워트레인 역시 가솔린과 디젤에 이어 전동화(하이브리드·전기차) 역량도 보유해야 유연한 판매 전략을 펼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자동차 시장이 격변기를 맞을 때마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앞세워 판매량을 늘려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 경기가 가라앉자 대형차와 SUV 시장이 위축됐다. 소형차에 강점이 있던 도요타는 2009년 ‘리콜 사태’로 휘청였다. 현대차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반떼(현대차 엘란트라)와 쏘나타, 기아 K5를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2011년 미국 누적 판매 1000만 대를 돌파한 현대차·기아는 SUV 라인업을 강화했고 현대차의 투싼·싼타페, 기아의 쏘렌토·스포티지 판매량이 증가하며 2018년 2000만 대 고지에 올랐다. 동시에 2016년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미국 시장에 출시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했다. 제네시스가 가세해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은 다시 늘어 2018년 한 해 120만 대 수준이던 미국 시장 판매량은 지난해 170만 대를 넘어섰다.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미국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26일(현지 시간) 준공하면 현대차·기아의 현지 판매는 또 한 차례 도약이 기대된다. 메타플랜트는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하이브리드차(HEV) 등도 생산할 수 있다. 30만 대 규모인 생산능력은 향후 50만 대로 늘어난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기차 12만 3800대를 팔아 테슬라(37.9%)에 이어 점유율 2위(9.5%)다. 메타플랜트가 본격 가동되면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공급이 원활해져 판매량 증가에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메타플랜트의 준공과 맞물려 현대차·기아의 대규모 투자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판매량은 약 170만 대로 국내 시장(124만 대)보다 많다. 미국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도요타에 이어 4위에 랭크돼 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 수요에 부응하려 지금까지 약 30조 원의 투자를 통해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 2곳에 각각 공장을 가동하게 돼 57만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의 미국 현지 투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정계에서 호평을 받으며 한미 동맹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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