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협협회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상반된 그린성장 정책에도 모두 에너지 안보 및 자국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한국이 틈새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4일 ‘미국, EU의 그린성장 전략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화석연료 중심의 반(反)그린 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EU는 그린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규제 완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최근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고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생산 확대를 공식화했다. 또 그린뉴딜 폐기, 배출가스 기준 완화 및 전기차 의무화를 폐지하는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지원을 철회했다. 기존의 글로벌 기후 리더십을 축소하더라도 자국의 에너지 안보 확보에 더 초점을 두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은 아울러 청정경쟁법(CCA)을 활용해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고탄소 배출 수입 품목에 탄소세 부과도 검토 중이다. 이는 친환경 관점보다는 자국의 산업과 기업 보호를 위한 비관세장벽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EU는 화석연료로 회귀한 미국과 달리 기존에 추구하던 그린딜 성장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다만 규제 기준을 완화해 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U 집행위는 지난달 발표한 옴니버스 패키지를 통해 그간 기업의 부담으로 지적됐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CSDDD), 지속가능성 보고(CSRD),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의 정책 적용 시기를 연기하거나 의무를 대폭 완화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EU의 그린 전략이 다른 방향성을 보이면서도 에너지 안보 확보와 전략산업 성장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다”며 “정책 방향성에 따라 발생할 새로운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에너지 안보 확보 측면에서 양 지역 모두가 주목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 선박, 터미널·저장 시설 등 인프라 투자 확대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미국이 화석연료로 회귀하면서 석유화학 플랜트도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친환경 산업인 전기차의 경우 관련 지원을 줄이고 있어 투자 위축과 기술 혁신 저하가 예상된다. 필수소비재의 경우 친환경 규제 완화와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부담이 일시적으로 경감될 수 있으나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글로벌 탄소중립 대응은 지속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소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각국이 앞다퉈 자국 산업 보호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만큼 우리도 성장형 탄소중립 전략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며 “특히 우리 기업 경쟁력이 높은 SMR, 친환경 선박 관련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국제 규약 및 기준 제정 회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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