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분의 6초라는 짧은 시간사이에 벌어지는 생명체의 단백질 반응을 분석할 수 있는 전자 현미경 기법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화학과 강진영 교수와 물리학과 이원희 교수의 공동 연구팀이 초고속 생화학 반응 연구를 위한 ‘패릴렌(parylene)’ 기반 '박막 미세유체 혼합-분사 장치’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기존에 제시된 시간 분해 초저온 전자현미경(TRCEM·Time-resolved cryo-electron microscopy) 기법의 한계를 극복해 기존 대비 시료 소모량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고, 동시에 분석가능한 최소 반응시간을 기존 기술 대비 6밀리초(1000분의 6초)까지 단축했다.
시간 분해 초저온 전자현미경은 단백질 복합체의 반응 중간 상태를 초저온에서 빠르게 냉동해 구조를 분석하는 기술로 최근 특별히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적인 초저온 전자현미경 분석에서는 짧은시간 존재하고 사라지는 반응 중간체를 포착하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TRCEM 기법이 개발됐지만 기존 기술은 많은 시료 소비와 제한된 시간 해상도 등의 한계로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초박막 패릴렌’ 소재를 적용한 새로운 혼합-분사장치를 개발했다. 패릴렌은 단백질 반응을 초고속으로 관찰하기 위한 미세유체(microfluidics) 장치를 만드는 핵심 재료다. 패릴렌을 이용하면 얇은 박막형태로 스프레이 제작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패릴렌을 이용한 장치로 시료의 양을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여 실질적인 연구의 어려움을 개선했으며, 미세유체역학 소자 내에서 반응 개시에 드는 시료 혼합 시간을 0.5밀리초로 줄여 전체 반응시간을 6밀리초까지 줄였다.
강진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TRCEM 기법을 더욱 실용적으로 만들었으며, 구조 생물학 및 신약 개발, 효소 반응연구, 바이오 센서 개발 등 다양한 생명과학 및 의약 분야에서 패릴렌 박막 소자의 폭넓은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과 석·박통합과정 황혜랑 연구원이 제 1저자로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2025년 1월 28일 자에 온라인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CELINE 컨소시엄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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