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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재정 동시에 조여…강남 집값 잡으려다 경제 '악소리'

■더 말라가는 돈줄-실질 대출 증가율 14년來 최저

기준금리 낮췄지만 여전히 제약적

정부 지출 증가율 작년보다 낮아

정치 이슈로 추경 타이밍도 놓쳐

큰그림없이 각자 리스크만 따져

건전재정 지키되 AI 등 지원 필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월 중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된 이유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19일(현지 시간) 올해 미국 성장률 예상치를 2.1%에서 1.7%로 낮췄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다.

실제 1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2.7% 감소했다. 한국은행의 올해 국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은 1.5%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는 1.2%, 캐피털이코노믹스는 1%를 제시했다. 다음 달 2일부터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글로벌 경제가 다시 한번 요동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응책은 크게 통화·재정·신용 정책 등 세 가지다. 우선 한은은 경기 둔화 시 통화량을 늘리고 금리를 낮춰 소비와 투자를 촉진한다. 한은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했던 2023년 1월 이후 1년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정책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낮춘 게 대표적이다.

중요한 것은 기준금리가 여전히 경기를 둔화시키는 제약적인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0.75%포인트 내려갔지만 상대적인 금리가 높다. 중앙은행은 경기를 띄우거나 가라앉지 않게 하는 중립금리(1.8~3.3%)를 중심으로 금리를 결정한다. 중립금리보다 기준금리가 높으면 경기가 둔화하고 낮으면 반대다. 지금은 금리가 중립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속도 역시 문제다. 지난해 8월 가계대출이 9조 7000억 원가량 폭증하자 한은은 실기 우려에도 그달에 금리를 동결했다. 올 1월은 정치 불안정과 고환율에 금리를 내리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화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제약적인 것은 맞다”면서도 “금융 안정과 외환시장을 고려하면 무딘 칼인 통화정책보다는 정부 재정을 통한 타깃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정도 운신의 폭이 없다. 올해 정부의 총지출은 673조 3000억 원, 증가율은 2.5%로 전년(2.8%)보다 낮다. 올해와 내년 1%대 초중반 성장이 예고돼 있지만 거꾸로 가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 건전 기조에 지난해 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초유의 감액 예산안이 겹쳤기 때문이다. 최소한 감액분만큼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지만 탄핵 판결과 정치 이슈에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금융 감독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건전재정 기조는 맞지만 지난해부터 재정과 금리·대출이 너무 타이트하다”며 “가계대출도 서울 강남 같은 특정 지역 때문에 총량을 제한하면 지역 경기는 다 죽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출 또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위기 때마다 실질적인 대출 증가율이 경상성장률보다 9%포인트 넘게 높았지만 지난해는 -2%포인트를 기록했다. 올 들어 1월 대출 증가율도 0.58% 수준이다. 그나마 늘어난 대출은 강남 부동산으로 쏠린다.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고 대출 총량을 제한하다 보니 제때 경기 대응을 하지 못한 셈이다. 정부의 밸류업 강조에 은행들이 앞다퉈 위험가중자산(RWA)을 줄이고 있어 중소·벤처기업 대출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돈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리는 게 사실”이라며 “재정으로 자영업자와 서민을 돕거나 인공지능(AI) 같은 첨단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정책이 큰 틀에서 조율되지 않고 개별 기관이 주어진 임무만 수행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부문별로 △한은 고환율·부동산 시장 우려 △기획재정부 재정 건전성 기조 유지 △금융위원회 가계부채 급증 등 각자의 리스크만 따졌다는 것이다. 사실상 컨트롤타워 부재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화의 후퇴 흐름을 감안할 때 수출 드라이브 효과는 예전만 못할 것이고 낙수 효과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며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내수를 살리면서 수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산업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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