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10곳 중 1곳이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부실기업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부실기업은 2019년 이후 계속 증가해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3일 발표한 '기업부실예측분석을 통한 2024년 부실기업 진단'에 따르면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외감기업(금융업 제외) 3만7510곳 중 4466곳(11.9%)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협은 외감기업들이 평균적으로 부실해질 확률을 매년 조사했다. 그 결과 기업들의 부실확률은 2019년 5.7%에서 증가해 2024년에는 8.2%에 달했다. 8.2%는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평균부실확률이다.
부실기업 수는 △2019년 2508곳(7.9%) △2020년 3077곳(9.2%) △2021년 4012곳(11.2%) △2022년 3856곳(10.8%) △2023년 4350곳(11.6%)이었다.
한경협은 "경기회복 지연으로 인한 업황 부진,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부실기업 수가 많이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개별 기업이 부실 상태로 전환될 확률인 부실확률도 2019년 5.7%에서 꾸준히 상승해 2024년 8.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 부실확률을 살펴보면 부동산·임대업이 24.1%로 가장 높았고, 전기·가스·증기·수도사업(15.7%),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4.2%),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14.0%)이었다. 반면 제조업이 2.8%로 가장 낮았고, 도소매업(4.1%), 수도·하수·폐기물처리·원료재생업(4.3%), 사업시설관리·지원서비스업(5.7%) 등의 부실확률이 상대적으로낮았다.
특히 2019년과 대비해 부실확률이 가장 높아진 업종은 건설업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은 2019년 3.3%에서 2024년 6.1%로 5년 새 1.9배 상승했다. 이어 전문과학(1.8배), 광업(1.6배), 정보통신업(1.5배) 순으로 상승 속도가 빨랐다.
한경협은 건설업의 부실확률이 급등한 원인으로 고금리·고물가와 건설 수주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을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부실기업이 늘어나면 실물경제 악화와 함께 금융시장 리스크가 확대돼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면서 "자금조달 비용 완화와 유동성 지원으로 부실위험을 줄이는 한편 원활한 사업재편을 저해하는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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