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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속 상법 개정…기업·경제 죽이는 5대 이유

경제계, 상법 개정안에 "성장·투자 저해"

주주 배반되면 소송 남발에 헌법도 어긋나

"기업 현상 유지에 몰두할 것…분쟁 심화"

배당 증가분에 세액공제 등 밸류업 필요해

박일준(왼쪽 두 번째)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과 이동근(왼쪽 네번째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등 경제8단체 임원들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상법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한국 경기의 침체 상황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경제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소송 남발 등 기업의 혁신 성장을 가로 막는 ‘악수(惡手)’가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상법 개정안의 시행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경제계의 주장을 정리했다.

우선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 △상장사의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집중투표제 도입 등이다. 기존 상법에서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로 한정돼 있었는데, 개정안은 ‘회사 및 주주’로 대상을 확대한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합병이나 분할 등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때 대주주 이익을 우선하면서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어왔는데 상법 개정을 통해 이같은 움직임을 막겠다는 얘기다.

반면 경제계는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법체계 훼손·남소 유발 △위헌 소지 △기업의 혁신의지 저해 △기업 성장 생태계 훼손 △전자주주총회 문제점 등이다.

①주주 이익 배반되면 소송 남발
②광범위한 의무…헌법 원칙 위배


우선 개정된 상법으로 이사에 대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 현재의 주주대표소송은 회사 손해를 전제로 회사에 배상을 하고 있지만 상법 개정안에 따른 주주보호 의무 위반 관련 소송은 주주의 손해를 전제로 주주에게 배상하게 된다. 이 때문에 특히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을 상대로 한 소송 제기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다양한 주주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주주간 이익 충돌 시 총주주의 이익 보호‘와 같은 모호한 표현으로 경영상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경영환경에 적용되는 기준과 세부 내용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경제계는 또 기본법인 상법을 개정해 모든 기업에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현재 헌법 제119조가 보장하는 ’다양한 경제주체 간의 조화‘ 원칙과 제11조의 경제적 영역에서 누구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존재하는 상황에 과도하게 제도를 손봤다는 것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만일 현행 제도가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면 소수주주 보호를 위해 제정된 자본시장법의 관련 규정을 정비하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③도전적 투자 결정 어려워 혁신에 장애물
④중소·중견기업 분쟁 고통 심화


글로벌 경쟁 심화로 혁신이 절실한 시기에 기업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경제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생태계를 훼손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켜 자본시장과 한국경제 발전에 저해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와 기업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충실 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하게 되면 이사의 도전적인 투자 결정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주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남발하게 되면 이사는 기업의 현상 유지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경영권 분쟁을 경험하고 있는 중소, 중견 기업들에게 피해는 집중된다. 국내 상장사의 경영권 분쟁 공시는 2020년 216건에서 지난해 315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경험한 상장사를 살펴보면 중소기업 59곳(67.8%), 중견기업 22곳(25.3%), 대기업 6곳(6.9%) 등으로 중견·중소 기업이 전체의 93%를 점유했다. 기업인들은 상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국회에 “혁신은 역발상에서 시작되지만 역발상은 설득이 어렵다”, “상법 개정 후 관련 판례가 정립될 때까지 경영 불확실성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등의 애로를 호소하기도 했다,

⑤주총 대리투표·해킹 위험성


경제계는 상법 개정안의 ‘전자주주총회 의무화’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상장사의 경우 주주의 수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데 현재 모든 사람이 안정적으로 접속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주 자격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대리투표나 해킹 등 보안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에서도 전자주주총회를 의무화한 입법례가 없는 만큼 제도의 실효성과 부작용 등을 잘 따져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자본시장 발전의 필요성에는 충분히 공감하며 주주권익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다만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은 상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핀셋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상법 개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반드시 재의 요구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제계는 한국 증시 저평가 탈출(밸류업)을 위한 해법으로 ‘배당 증가분에 대한 5% 세액공제’ 같은 인센티브를 제안하고 있다. 기업 스스로 주주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면 투자자가 몰리며 기업가치가 덩달아 상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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