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연속 오름세를 보이던 생산자물가가 가까스로 상승세를 멈췄다. 하지만 사과 등 먹거리를 중심으로 물가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 소비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일중) 역내 거시경제조사기구(AMRO·암로)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33으로 전월(120.27)과 비교해 보합 수준을 나타냈다. 앞서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11월(0.1%)부터 올 1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수치다. 가중치가 가장 높은 공산품이 전월과 보합 수준을 나타내면서 전체 지수에 큰 영향을 줬다. 공산품에서는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0.7%)는 내렸고 화학제품(0.3%), 1차금속제품(0.3%) 등은 올랐다. 한은은 “메모리반도체는 범용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둔화했고 휴대용 전화기 역시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기존 제품 가격이 인하된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림수산품은 농산물(3.6%) 및 수산물(1.0%)이 올라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농산물의 경우 전월(8.8% 상승)보다는 오름폭이 둔화됐지만 상승세는 이어진 셈이다. 생산자물가를 세부 품목으로 보면 사과와 감귤이 20.4%, 14.7%씩 올랐다. 물오징어는 20.5% 뛰었다. 아이스크림도 6.5% 상승했다. 한은은 “농산물의 경우 세부 품목별로 수급 여건 편차가 커 향후 어떤 흐름일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암로의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하향에도 이 같은 물가 불안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암로는 지난해 12월 전망치(1.9%)보다 성장률을 0.3%포인트 내렸다. 올해 한국의 내수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등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낮아진다는 게 암로의 분석이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17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지난해 12월)에서 1.5%로 낮춰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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