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급성장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놓고 운용사 간 보수·마케팅 경쟁이 과열되자 결국 제동을 걸고 나섰다. 운용사 보수 인하 경쟁을 점검하면서 ETF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국내 상장된 운용사 ETF의 수수료 전수조사를 통해 미국 대표 지수 상품의 보수 인하로 발생한 손실을 다른 상품 등으로 전가한 사실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은 일부 상품을 추출해 점검한 결과 운용사들이 새로 출시하는 테마형 등 ETF 수수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일부 비용을 떠넘긴 것을 확인했다.
자산운용사들은 ETF 보수를 인하하면서 투자자를 위한다는 대외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당국은 ETF 시장을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장에는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향후 시장 독과점 체제를 구축하면 큰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운용사 경쟁이 더욱 과열되면 한자리에 모아 경고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늦어도 하반기까지 세부적인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ETF 시장이 갈수록 크게 성장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운용사 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어 한 차례 냉각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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