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플을 상대로 제기했던 항소를 철회하면서 가상자산 업계가 환호하고 있다. 엑스알피(XRP)뿐 아니라 전반적인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가 걸려있던 소송이었던 만큼 이번 항소 철회로 가상자산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오후 5시 코인마켓캡 기준 XRP 가격은 지난 한 주간 5% 오른 2.4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SEC의 항소 취하 소식이 들린 직후 XRP 시세는 2.5달러대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시세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도 압력에 조정 국면에 들어간 상태다.
리플은 SEC의 항소 취하를 '가상자산의 승리'라고 표현하며 반기고 있다. 리플 최고법률책임자(CLO) 스튜어트 알데로티는 "SEC의 항소 취하는 미국 가상자산 산업에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투심 잡기에 나섰다. 그는 SEC 항소 취하 사실을 자신의 엑스 계정을 통해 직접 알린 이후 여러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며 올해 말까지 XRP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고 자체 스테이블코인 RLUSD는 스테이블코인 시총 5위 안에 들어갈 만큼 성장할 것이라는 등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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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장에 알려진 것과 달리 리플과 SEC 간 소송이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SEC가 이번에 철회한 항소 내용은 지난 2023년 미 지방법원 약식판결에서 XRP를 개인 투자자 대상으로 판매한 경우 증권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데 대한 것이다. 이는 기관 투자자 대상 XRP 판매에 대한 1억 2500만 달러의 벌금과 기관 판매 제한 조치는 아직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SEC가 항소 의사를 철회하면서 리플은 해당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또는 이에 대해 항소를 개시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에 대해 알데로티 CLO는 "이제 리플이 운전석에 앉아있다"며 "교차항소를 가장 잘 추진할 수 있는 수단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업계에선 긴 시간 이어진 법적 분쟁을 완전히 털어낼 수 있는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만큼 리플 측이 SEC에 강경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쟁글은 "리플이 벌금 및 판매 제한 조치를 철회하기 위한 추가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현재 가상자산 규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리플과 SEC 간 추가 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다음 주 있을 SEC 위원장 지명자 폴 앳킨스 청문회에서 리플의 법적 리스크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의회 내에서는 리플이 재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점을 문제시하는 여론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폭스비즈니스 특파원 찰스 가스파리노는 "리플 CEO의 순자산이 약 100억 달러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리플의 수익이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재무 보고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가상자산 반대파 미국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렌이 이날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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