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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제재에 막혔던 러시아 재진출 시동

기아·현대모비스·위아 일제히 러시아 인력 채용

현대제철도 상트페테부르크서 신규 고용 준비

현대차·기아, 러시아 철수 전 최대 38만대 판매

지난 2018년 7월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2023년 철수한 러시아 시장에 다시 복귀하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 수순에 접어들면서 닫혀있던 연 160만 대 자동차 시장이 다시 열릴 기대감에 현대차(005380)그룹 계열사들이 일제히 현지 인력 채용에 나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최근 러시아 법인 인력 확대를 위해 채용 공고를 잇따라 내고 있다. 기아(000270)는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근무할 기술 컨설턴트와 딜러 마케팅을 담당할 인력 모집에 나섰고 현대위아도 품질과 전기 엔지니어, 운영 부문 인력을 뽑고 있다.

현대모비스(012330)는 이달 들어 품질 관리와 공장 운영, 인사, 회계 등 주요 분야에 대한 인력 채용에 나섰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기아가 철수했지만 모비스는 생산 법인이 여전히 러시아에서 운영되고 있다” 면서 “변화하는 시장 상황과 현지 법인의 여건에 따라 인력 충원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도 이르면 이달 상트페테부르크 법인에서 근무할 인력 채용에 나설 예정인데 공장 유지 보수 등 관리 분야 인력을 충원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지 인력 채용을 검토 중”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이후 상황을 미리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앞다퉈 러시아 법인 인력 확대에 나선 배경에는 휴전을 넘어 종전 수순으로 접어들 우크라이나 전쟁 정세와 맞닿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제시한 30일 휴전안을 푸틴 대통령이 결국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휴전 후 미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종전 협상이 벌어지면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도 대거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6일 경기도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신년 행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휴전과 종전, 제재 해제까지는 6개월 이상이 걸릴 전망이지만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현지 인력 채용에 일찌감치 나선 이유는 심각한 러시아의 인력난 때문이다. 러시아는 3년에 이르는 전쟁에서 약 68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생산가능인력이 크게 감소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러시아 시장 복귀는 시간 문제라고 예측한다. 러시아는 전시 체제에서 방위산업 호황과 재정 지출 확대로 2023년 3.6%, 지난해에는 4.1%의 비교적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종전 후 경제가 평시 상태로 전환하면 러시아 정부는 참전 용사를 비롯해 국민들에게 막대한 위로금을 지출해야 한다.

여기에 전시 체제가 끝나 방산 일자리가 줄어들면 이를 메우기 위해 전후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설 수 밖에 없다. 앞서 푸틴 대통령도 13일 “러시아는 복귀 기업을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현대차·기아는 2023년 12월 현지 공장을 매각했지만 올 연말까지 다시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항을 확보해 놓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러시아 시장 재진출은 실적에 상당한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2021년 러시아 공장에서 23만 4000여 대를 생산했고 현대차·기아는 같은 해 약 37만 8000대를 팔았다. 인구 1억 4000만명의 러시아는 현대차·기아에 브라질(약 20만 대)과 호주(약 15만 대) 시장을 합친 것보다 판매가 많은 전략 지역이었다. 현대차·기아는 전쟁으로 최근 2년간 러시아 판매량이 사실상 제로였다.

현대차그룹이 러시아 시장에 복귀하면 730만대 수준에서 정체된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기회를 얻게 된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현재까지 재진출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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