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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호황 올라탄 SK하이닉스, 7조 빚 갚고 실탄 충전

미국 매출 비중 60% 돌파

엔비디아 등 빅테크 수요 덕

연구개발비 투자 '역대 최대'

곽노정 사장 美이어 中 출장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호황을 타고 역대급 실적을 낸 SK하이닉스(000660)가 지난해 7조원에 육박하는 빚을 갚으며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 미국 빅테크의 러브콜을 받은 덕에 미국 매출은 2.8배 증가했고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60%를 돌파했다.

21일 SK하이닉스가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차입금은 22조6837억원으로 2023년 29조4686억원 보다 23%(6조7849억원)가량 줄었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SK하이닉스의 차입금은 매년 5조~6조원 늘었는데 추세가 급반전한 셈이다. 1년 동안 7조원에 가까운 돈을 상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연스레 현금과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단기투자자산 포함)은 같은 기간 8조9209억원에서 14조1563억원으로 58.7% 급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AI 메모리 수요 성장으로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이를 바탕으로 재무건전성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66조1930억원,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2023~2024년 반도체 업황이 상승 반전했고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DDR5 등 빅테크의 AI 메모리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실제 미국 판매법인 'SK하이닉스 아메리카'는 지난해 매출 33조4859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2.6배 뛰어올랐다. 미국 판매법인을 포함한 미국(미국 고객) 매출은 전체의 63.4%에 달하는 41조9611억원으로 2020~2023년 SK하이닉스 전체 매출 중 미국 비중이 39∼53%였던 것과 비교하면 돋보인다. 이 중심에는 엔비디아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10%를 상회하는 주요고객’으로부터 10조902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는데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엔비디아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말부터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 중인데 당분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4세대 제품(HBM3)을 시작으로 지난해 5세대(HBM3E) 8단, 12단도 업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하는 등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리더십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19일 세계 최초로 6세대 HBM4 12단 시제품을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에 납품했다고 밝히면서 빅테크와 미국이 견인하는 실적 성장세가 더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실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아낌 없이 투자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4조9544억원으로 전년 대비 8000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시설투자비는 17조9560억원으로 전년(6조5910억원)의 3배에 육박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 수요 대응과 인프라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충북 청주 M15X와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공장) 투자가 반영돼 시설투자(캐펙스·CAPEX) 규모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한편 엔비디아의 ‘GTC 2025’ 참석 차 미국 출장중인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오는 23~2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발전포럼(CDF)에 참석해 중국 정부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와 교류한다.

CDF는 매년 중국이 세계 주요 재계 인사들을 초청해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투자 유치를 모색하는 자리다. 올해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와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대거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SK하이닉스 1기 생산공장(팹) 부지. 사진제공=SK하이닉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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