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000670)·MBK파트너스가 법원에 신청한 고려아연(010130) 의결권행사허용 관련 첫 가처분 심문이 21일 열린다. 법원은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가 28일 열린다는 점을 감안해 이보다 앞서서 판결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재계는 이번 가처분 판결을 고려아연 정기주총에 앞서 표대결 승부를 가르게 될 핵심 이벤트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영풍·MBK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풍 측이 소유한 고려아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①최회장, 영풍 의결권 다시 묶었다 주장
영풍은 지난해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25.4%를 소유한 이 회사 최대주주다. 그러나 올 1월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최 회장측이 영풍과 고려아연간 상호주 제한 구도를 만들어내면서 영풍의 의결권 행사가 모두 제한됐다. 임시주총 전날인 1월 22일, 최 회장 측 일가가 과거부터 보유해왔던 영풍 주식 10.3%를 호주 소재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에 넘기면서다.
다만 지난 7일 법원은 이 같은 상호주 제한 조치가 위법하다며 당시 임시주총에서 통과된 의안들의 효력을 대부분 정지시켰다. SMC의 법적 성격을 유한회사로 판단하면서 주식회사에만 적용되는 상호주 제한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판결이 나오자 영풍은 이날 즉시 와이피씨(YPC) 신설하고 이 회사에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넘겼다. 최 회장 측의 또다른 상호주 제한 구도 형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12일 SMC가 보유한 영풍 주식 10.3%를 그 모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에 재차 넘기며 다시 상호주 제한 구도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풍 측의 고려아연 의결권이 다시 제한됐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SMC가 유한회사라는 점을 들어 상호주 제한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시하자 명백한 주식회사인 SMH를 동원해 상호주 제한 구도를 또한번 만들어낸 것이다.
②"YPC에 주식 입고한 시점 따져봐야"
"주총일 기준 상호주 제한 명백히 해제"
이번 가처분 소송 심문에 앞서 와이피씨가 고려아연 지분을 넘겨 받은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가 우선 쟁점이 됐다.
와이피씨는 SMC와 SMH의 지분 거래가 일어나기 전인 이달 7일 설립을 마쳤다. 그러나 고려아연 측은 “신설법인이 증권 계좌를 만들고 주식을 입고 받는데 까지는 다시 수일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로는 SMC와 SMH의 지분 거래가 일어난 시점(12일) 이후에 와이피씨로의 고려아연 주식 입고가 끝났다”고 본다. 따라서 영풍과 고려아연 간 상호주 제한 구도가 먼저 형성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영풍 측은 와이피씨가 신설된 당일 주식도 함께 입고된 것이라 반박한다. 또 주주총회가 일어나는 시점인 28일을 기준으로 보면 명백히 상호주 제한 구도가 해제됐다고 설명한다. 주식 입고가 늦게 됐다는 최 회장측 주장이 맞다고 해도 현 상태에서는 주식 입고가 끝나 상호주 제한 조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이 지난 임시주총에서 상호주 제한 주장을 밀어부친 것도, 바로 직전날 이뤄진 SMC의 영풍 지분 취득으로 즉시 효력이 발생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영풍 관계자는 “주주명부 폐쇄일인 작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보나 정기주총 개최일인 3월 28일을 기준으로 보나 상호주 제한 구도가 현재 없는 상태인 것은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③28일 정기주총 전 판결 나올 듯
양측은 법원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번 가처분 판결을 주총 개최 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판결이 어떻게 나오는지 여부에 따라 이번 정기주총의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만약 재판부가 영풍 측 주장을 인용하면 영풍의 의결권이 부활하며 영풍·MBK가 대거 이사 선임을 하게 될 전망이다. 영풍·MBK는 지난해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40.97%를 확보해 최 회장 측 18.04%를 앞서고 있다. 영풍·MBK는 이사 후보를 총 17명 올려뒀다. 집중투표제로 이뤄지는 이번 이사회 선임 과정을 통해 최대 10명 이상 선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최 회장측이 그간 장악해온 이사회가 다시 한번 굳어질 전망이다. 최 회장측 역시 이번 주총에 앞서 새 후보 7명을 올렸다. 임기가 남아있는 기존 이사 5명을 포함하면 최대 10명 이상을 최 회장측 이사들로 채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