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한 달여 만에 번복하고 대상 지역을 확대 지정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은 19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를 6개월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하고 필요시 추가 지정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12일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한 뒤 집값이 치솟고 거래량이 급증하는 등 부동산 과열 조짐이 나타나자 35일 만에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집값 상승 요인을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올 들어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진 것은 서울시와 정부의 실책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금융 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력을 받은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면서 집값이 들썩이던 와중에 서울시가 강남 아파트를 묶어뒀던 규제를 전격 해제하자 집값에 불이 붙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2% 올랐고 송파(0.72%), 강남(0.69%), 서초(0.62%) 등 강남 3구는 약 7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전월 대비 91% 급증했다. 시장이 심상치 않게 요동치자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뒤집고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냉온탕을 오가는 오락가락 정책에 시장 혼란 수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시장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도 크게 추락한 상태다.
즉흥적인 정책 수정과 부처 간 엇박자로 집값을 자극한 뒤 임시방편 규제로 다시 시장을 억눌러 주택 실수요자까지 옥죄는 부동산 정책의 악수(惡手)를 더 이상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세제·가계 부채·금리까지 아우르는 일관되고 정교한 부동산 정책을 펴야 한다. 범부처·지방자치단체를 총괄하는 부동산 정책 컨트롤타워를 가동해 집값 과열을 부추기는 투기 수요와 무모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을 차단하고 국민 주거 안정의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