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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세계 최초 HBM4 샘플 엔비디아에 공급…"하반기 양산"

고객사 요청 따라 기존 생산 계획

6개월 이상 앞당겨…리더십 수성 의지

TSMC와 HBM 동맹 이후 첫 결과물

SK하이닉스의 HBM4 12단 샘플. 사진 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000660)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12단 시제품을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에 납품했다.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양산을 당초 계획보다 6개월이나 앞당겨 기술 리더십을 증명했다.

SK하이닉스는 19일 “기존 계획보다 HBM4 12단 샘플을 빨리 출하해 고객사들과 인증 절차를 시작한다”며 “양산 준비는 올 하반기 안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2026년에 HBM4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HBM4를 더 빨리 공급해달라고 요청해 개발 시기를 6개월가량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SK 인공지능(AI) 서밋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HBM4의 공급 일정을 6개월 당겨달라고 요청했다” 면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에게 이에 대해 물어봤는데 ‘한번 해보겠다’고 대답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올린 제품이다. 수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연산해야 하는 AI 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세계 AI 반도체 1위인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메모리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의 HBM4 12단 제품은 현존하는 제품 중에서 세계 최고의 속도를 구현한다. 용량 역시 12단 기준으로 최대다. 이 제품은 세계 최초로 초당 2TB(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역폭을 구현했다. 이는 풀고화질(FHD)급 영화 400편 이상 분량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으로, 전작인 HBM3E보다 60% 이상 빨라졌다. 데이터 이동 통로를 기존 1024개에서 2배인 2048개로 늘린 결과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회사인 TSMC와의 HBM 협력 선언 이후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TSMC는 HBM4의 가장 밑단에서 데이터 이동을 제어하는 베이스 다이를 생산한다.

아울러 SK하이닉스가 3세대 제품(HBM2E)부터 독자적으로 적용한 어드밴스트 MR-MUF 공정을 이용해 12단 제품으로선 최고 용량인 36GB를 구현했다. 이 공정으로 칩의 휨 현상을 제어하고 방열 성능 역시 높여 제품의 안정성을 극대화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4세대 제품(HBM3)을 시작으로 지난해 5세대(HBM3E) 8단, 12단도 업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하는 등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리더십을 지키고 있다.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은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꾸준히 기술 한계를 극복하며 AI 생태계에서 혁신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며 “앞으로 성능 검증과 양산 준비 또한 순조롭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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