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네덜란드 신규 원전 수주전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슬로베니아에 이어 네덜란드 원전 수주까지 손을 뗀 것이어서 웨스팅하우스와의 합의에 따라 유럽 시장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수원은 수주를 눈앞에 둔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과 소형모듈형원전(SMR) 수주에 집중하기 위한 경영상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19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네덜란드 신규 원전 건설 2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네덜란드는 제일란트주 보르셀 지역에 1GW~1.65GW급 신규 원전 2기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계약자를 정하기 위해 지난해 한수원은 물론 프랑스 전력공사(EDF),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과 1차 기술 타당성 조사를 벌여왔다. 한수원이 올해 진행될 2차 기술 타당성 조사에서 빠지기로 하면서 수주전은 프랑스와 미국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한수원이 유럽 지역 원전 수주전에서 발을 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수원은 2월 슬로베니아 전력회사 젠에너지에 따르면 한수원은 슬로베니아 JEK2 사업 타당성 조사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했다. JEK2 사업은 현재 가동 중인 슬로베니아 크르슈코 원전 인근에 최대 2.4GW 규모의 대형 원전을 추가 신설하는 프로젝트다.
한수원은 지난해 말 스웨덴 전력회사 바텐폴이 발주한 원전 건설 사업에서도 철수했다. 수주전이 진행 중인 폴란드의 경우 정권 차원에서 원전 신설 사업을 흔들고 있어 수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사이에 체결한 지식재산권(IP) 합의에 따라 한국 기업에 유럽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분쟁이 종료된 덕에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에는 파란불이 켜졌지만 대신 유럽 시장 전체를 넘겨주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 추가 비용을 놓고 한전과 한수원 사이의 갈등이 불거진 것도 이같은 상황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2016년 유럽권 원전 수출은 한수원, 비유럽권 원전 수출은 한전이 맡는 방식으로 원전 수출 체계를 정리했는데 유럽 시장에서 추가 먹거리를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수출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