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대한항공(003490) 자회사로 편입된 아시아나항공(020560)과의 제휴 예금과 마일리지 적립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향후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기존 계약 관계를 이어가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전용 신용카드 발급은 아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사이의 구체적인 마일리지 전환 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우아한 달러적립예금’ 신규 판매를 종료했다.
우아한 달러적립예금은 납입액과 회차, 만기 여부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제공해왔다. 한 번에 20~50달러를 입금하면 10~30마일리지가 쌓였다. 납입 10회 시점 때마다 50마일리지를 추가 적립하고 만기 해지 시 총입금액의 10%를 마일리지로 넣어줬다. 해외여행 계획이 있는 고객을 겨냥해 달러예금과 마일리지 적립을 동시에 해준 상품이었던 셈이다.
KB국민은행은 다음 달 9일부터 송금 및 환전 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적립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전날 공지했다. 지금까지 KB국민은행은 아시아나와 제휴를 맺고 500달러 이상 환전 시 5달러당 1~3마일을 적립해줬다. 해외 송금의 경우 1000달러 이상이면 10달러당 1~3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했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026년 말께 통합이 예정돼 있어 금융권과의 제휴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는 대한항공과의 마일리지 통합 발표를 앞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측에서 요청을 먼저 해와 상품 판매가 중단된 것으로 안다”며 “대한항공과 통합이 예정돼 있어 추가적인 마일리지 부채를 쌓는 게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고 전했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이번 상품 판매 중단이 충분한 사전 고지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아한 달러적립예금’만 해도 판매 중단일 하루 전인 17일 공식 공지가 이뤄졌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 부득이한 측면이 있어 보이지만 시간을 두고 고지가 이뤄졌으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어느 정도 보장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은행권과 달리 주요 신용카드사는 아직까지 아시아나항공 제휴 카드 발급 중단을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신한카드가 ‘아시아나 신한카드 에어 1.5’, 삼성카드가 ‘아시아나 삼성애니패스플래티늄’, KB국민카드가 ‘아시아나항공 KB국민카드’를 팔고 있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합병에 따른 마일리지 전환 비율이 구체적으로 정해지고 정책이 구체화되면 회사 측과 협의를 통해 적립 기준 등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달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아시아나항공과 통합 시너지를 낼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 방안이 주요 안건 가운데 하나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통합에 대한 로드맵을 조만간 제시하되 향후 2년간은 양 사의 마일리지 제도를 별도로 유지하다가 최종적으로 대한항공 스카이패스로 통합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업계에서는 항공 이동 거리에 따른 탑승 마일리지는 1대1 비율로 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나 은행 거래에 따른 마일리지는 이보다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적정 마일리지 전환 비율을 1(대한항공)대0.9(아시아나)로 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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