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대한 민생·경제 정책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손바닥처럼 뒤집고 있다. 이 대표는 17일 당 민생연석회의가 최근 내놓은 60개 정책 과제 중 하나인 ‘전세 계약 10년 보장’ 법안에 대해 “당 공식 입장이 아닐뿐더러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법 개정을 통해 기존 2년이던 임대 기간을 최대 4년으로 늘렸는데 이를 최소 10년으로 연장하자는 법안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 주거권 보장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지만 어떤 정책이든 시장 원리를 거스른 채 정책 효과를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민간 임대차 시장을 위축시켜 세입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전문가의 우려도 새겨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당시의 ‘임대차 2법’처럼 “전셋값을 폭등시킬 수 있는 반(反)시장 법안”이라는 지적이 커지면서 ‘전세 대란’ 우려가 확산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정책을 12일 발표한 민생연석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이 대표가 ‘개인적 반대’ 입장까지 밝힌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 대표는 이전에도 ‘실용’을 내세워 정책에 대한 말을 자주 바꿔 혼란을 부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대표는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에 대해 수용 가능성을 시사하더니 노동계가 반발하자 없던 일로 했다. 또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자본시장법을 합리적으로 개정하면 굳이 상법 개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실제 행동은 거꾸로였다.
우리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는데도 민주당은 불법 파업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노란봉투법’,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제한, 가맹점주에게 단체교섭권 부여 등 반시장·반기업 정책들을 대거 내놓았다. 하나같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지지층 표를 결집하기 위한 정책들이다. 민주당은 영업 기밀 유출 우려가 큰 국회증언감정법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들을 또다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진정 수권 역량을 보여주려면 우왕좌왕식 정책 행보를 멈추고 나라 경제와 민생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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